세율과 세수의 상관관계를 설명한 ‘래퍼곡선’으로 유명한 아서 래퍼 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가 테네시주 내슈빌의 래퍼어소시에이츠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래퍼 교수는 “임금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며 세수를 확대하려면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석 특파원
세율과 세수의 상관관계를 설명한 ‘래퍼곡선’으로 유명한 아서 래퍼 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가 테네시주 내슈빌의 래퍼어소시에이츠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래퍼 교수는 “임금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며 세수를 확대하려면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석 특파원
아서 래퍼 전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는 “낮은 세율과 최소한의 규제, 자유무역 정책을 잘 운용하면 언제든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세율과 세수의 관계를 설명한 ‘래퍼곡선’으로 유명한 그는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1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경기 침체는 시간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정책의 결과”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시카고대와 USC 교수를 지낸 그는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주체에 생산과 투자 동기를 부여하면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공급주의 경제학’의 대가로 불린다. 래퍼 전 교수는 “임금 상승은 성장의 결과”라며 “생산성과 이윤이 증가하고 더 많은 고용이 이뤄질 때 임금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소득주도성장은 멍청한 이론”이라고 비판했다.

▶2016년 미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고문이었습니다. 무역전쟁을 벌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은 무엇입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누누이 자유무역주의자라고 말했고 저는 그 말을 믿습니다. 리처드 닉슨 행정부 때인 1970년 10월 조지 슐츠 당시 백악관 예산국장 등과 함께 중국에 갔습니다. ‘핑퐁 외교’의 시작이었죠. 지금 중국은 5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나라입니다. 이젠 세계 질서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환율을 조작하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지 않으며, 관세·비관세 장벽으로 시장을 걸어잠그는 행위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미국도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버튼을 한 번 눌러 중국을 바꿀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무역전쟁을 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에게 경제엔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알렸습니다. 그렇지만 결정권자는 그입니다. 수입차 관세도 강행할 겁니다.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 자유무역이 가장 덜한 나라이고 한국, 독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는 방법입니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성장에는 다섯 개의 축이 있습니다. 낮은 세율, 최소한의 규제, 자유무역, 재정지출 제한, 그리고 건전한 통화정책입니다. 다섯 가지 정책을 잘 펴면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율을 낮췄고 규제를 완화했으며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자유무역도 추진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다만 재정지출 규제는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고쳐야 할 부분입니다.”

▶기업 투자 증가율이 둔화하면서 감세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업 투자는 국내총생산(GDP) 구성요소의 하나입니다. GDP는 투자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종류의 상품과 서비스 부가가치의 총합이죠. 이 GDP가 감세 이후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존 F 케네디나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행정부 때도 감세는 성장에 큰 도움이 됐고, 이번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부에선 감세가 재정 적자만 늘릴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레이건 행정부 때 감세한 뒤 연방정부 부채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보다 훨씬 많은 부를 창출했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중 누가 더 빚을 잘 갚을 수 있을까요. 지난 7년간 미국에서 창출된 부는 40조달러입니다. 부채는 그보다 훨씬 적게 늘었죠. 부채가 적으면 좋겠지만, 경제가 더 성장한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래퍼 교수 사무실에 걸려 있는 ‘래퍼곡선’ 액자.
래퍼 교수 사무실에 걸려 있는 ‘래퍼곡선’ 액자.
▶래퍼곡선으로 유명한데 의미를 쉽게 설명해 주시죠.

“래퍼곡선은 세율 효과를 쉽게 알 수 있도록 간단히 만든 이론입니다. 세율을 일정한 범위에서 올리면 세금을 더 많이 거둘 수 있지만, 너무 올리면 세수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이죠. 가격과 비슷합니다. 제품 값을 너무 올리면 팔리지 않아 오히려 손해볼 수 있습니다. 래퍼곡선은 정부를 위한 가격 이론이고 모든 나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감세는 세수 증가와 재정적자 감소로 이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세수는 경제 성장을 통해 결국 늘어날 것입니다. 미 연방정부가 많은 흑자를 낸 건 감세를 통해 급성장을 이룬 케네디 행정부 때입니다. 클린턴 행정부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도 시간이 흐르면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가장 많은 세수를 거둘 수 있는 세율이 있습니까.

“가장 많은 세수를 거두는 데 초점을 맞춰 세율을 정해서는 안 됩니다. 성장을 가장 촉진할 수 있는 세율이 훨씬 중요합니다. 세수를 최대화한다는 건 정부 크기를 최대로 한다는 뜻이죠. 그보다는 성장과 경제 규모를 최대화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미국은 법인세율을 크게 낮췄습니다.

“조세 정책은 세율을 최대한 낮추고 세수 기반은 최대한 넓혀 탈세가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가장 높았던 35% 법인세율을 중간 이하인 21%로 낮췄습니다. 당장 기업들이 조세피난처로 빼돌리는 돈이 줄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에서 더 많은 고용과 생산이 이뤄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앞으로 법인세뿐 아니라 재산세 등 다양한 형태로 더 많은 세금이 걷힐 것입니다.”

▶미국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침체나 다운턴은 시간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정책의 결과입니다. 지금 미국에 나쁜 정책이 있는지 봐야 합니다. 세제와 통화, 규제 정책 등은 좋습니다. 문제는 무역정책인데, 이게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풀려간다면 미국 경제는 엄청난 플러스 효과를 누릴 것입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정책에는 찬성합니까.

“벤 버냉키와 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은 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낮췄는데 여러 부작용이 생겨났습니다. 지금 미국의 신규주택 착공이 지지부진한 것도 금리 탓입니다. 아무도 위험한 주택사업에 돈을 빌려주고 싶어하지 않아서죠. 이제 금리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다만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적정한 금리를 찾아야 합니다. 케인지언들은 금리가 낮아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상황에선 사람들이 돈을 저축하지도 빌려주지도 않죠.”

▶한국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멍청한 이론은 처음 들어봤을 정도입니다. 임금 상승은 결과입니다. 생산성이 늘어나고 이윤이 증가하고 기업들이 노동자를 더 많이 고용하게 되면 임금은 상승하는 겁니다. 임금이 이윤을 만드는 게 아닙니다. 생산성입니다. 최저임금을 시간당 100만달러로 올렸다고 가정해봅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용될 수 있을까요.”

▶한국에선 성장에 따라 빈부 격차가 확대되는 데 대한 불만이 많습니다.

“빈부 격차를 줄이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가난한 사람을 부유하게 만들거나 부자를 끌어내리는 것입니다. 나는 첫 번째 방법을 사랑하고 두 번째 방법을 싫어합니다. 아메리칸드림은 항상 가난한 사람을 부유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미국의 꿈을 믿습니다.”

▶상대적 불평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그건 잘못된 주장입니다. 경제학이 아니라 시기와 질투에 기반해 다른 사람을 끌어내리려는 것이죠. 인종주의 같은 논리입니다. 우리는 담배에 세금을 매깁니다. 또 속도위반 자동차에 벌금을 매기죠. 하지만 왜 더 좋은 물건을 만들어내는 사람에게,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매겨 벌을 줍니까. 당신이 좋은 의도로 부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둬 가난한 사람을 도우려 한다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일하는 사람은 줄고 보조금을 받으며 놀려는 사람이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이런 걸 모른 척합니다.”

■세율 일정수준 넘어서면 세수 되레 감소 '래퍼곡선'으로 유명

아서 래퍼 교수는

아서 래퍼(Arthur B Laffer)는 미국의 대표적인 공급주의 경제학자다.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경제컨설팅회사 래퍼어소시에이츠를 운영 중이다.

1940년생으로 예일대를 거쳐 1972년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부터 미 행정부에서 일했다. 그가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 백악관 예산국(OMB)에서 수석경제학자로 일할 당시 세율과 세수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그린 ‘래퍼곡선’이 널리 알려졌다. 래퍼곡선은 세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세수가 줄어드는 현상을 설명한 ‘역유(∩)자’형 그래프를 말한다.

이후 시카고대와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등에서 교수를 지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에 합류해 감세를 이끌었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캠프에서 4명의 경제고문 중 한 명으로 활약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함께 미국자유기업펀드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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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슈빌=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