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파국으로 치달은 노사갈등…새해 벽두 '총파업' 돌입할까
KB국민은행의 노사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한 노조는 내년 1월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은행권의 성과급 잔치에 대한 비판이 매년 이어지는 상황에서 노조의 으름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결정에 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앞서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임금인상, 성과급 규모 등을 놓고 사측과 15일간 협상을 진행했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내년 1월 중 총파업 절차에 돌입하기로 한 것이다.

총파업을 결의하기 위한 집회도 전국에서 열었다. 이달 18일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19일), 대전(20일)을 거쳐 지난 26일에는 서울 여의도 본점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박홍배 노조위원장은 부산 결의대회에서 삭발을 하며 총파업에 열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노사 간 의견이 가장 극명하게 나뉘는 부분은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와 성과급 지급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는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를 1년 이연하는 데 합의했다. 세부안은 개별 교섭을 통해 정하도록 했다.

국민은행은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이 부점장과 팀원 급으로 이원화돼 있어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에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성과급 지급 규모 역시 민감한 사항이다. 노조는 올해 국민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지난해(300%)보다 많은 성과급을 지급해달라고 주장한다. 유니폼 폐지에 따른 피복비도 매년 100만원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자기자본이익률(ROE)에 비례해 초과이익을 배분하자는 입장이다. 내년 은행 실적이 불투명하다며, ROE 10% 수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노조를 설득했다.

두 가지 핵심 쟁점의 합의가 결렬되면서 페이밴드(직급 승진을 못할 경우 임금 인상 제한), 점심시간 1시간 보장 등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표가 가결될 경우 노조는 19년 만에 파업에 나선다. 2000년 국민·주택은행 합병 당시 노조는 일주일간 파업한 바 있다.

다만 국민은행 노조의 파업을 두고 '귀족노조의 으름장'이라는 비판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기준 국민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9100만원, 은행권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불경기 속 막대한 이자 장사로 실적을 끌어올리는 은행권, 파업을 불사하고 임금 투쟁에 나서는 은행원을 바라보는 인식이 좋을 리 없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귀족노조는 제조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금융업권에도 있다"며 "은행 노조의 파업으로 가장 피해를 입는 쪽이 누구겠느냐, 바로 고객들이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노조 측은 정당한 파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전날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사측에서 성과급만 주장한다는 '귀족노조' 프레임을 덧입히고 있다"며 "일부 언론에서도 성과급을 위한 파업, 실적과 무관하게 보로금을 요구한다는 거짓 프레임으로 정당한 파업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