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6% 넘게 폭락했다. 경기 둔화 우려가 큰 가운데 미국 뉴욕증시가 급락세를 보이자 원유 투자심리도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3.06달러(6.7%) 내린 42.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제유가 6% 폭락…WTI, 18개월 만에 최저
런던선물거래소(ICE)의 내년 2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3.33달러(6.19%) 내린 50.49달러에 거래됐다. 국제원유시장의 벤치마크 유종인 브렌트유도 50달러 선을 위협받고 있다. 미국 증시 호조가 이어지던 지난 10월 초와 비교하면 WTI는 44%, 브렌트유는 40%나 하락했다.

10월3일 WTI는 종가 기준 76.10달러 수준에서 거래됐고,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85달러를 넘어서는 등 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이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고 3분기에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수요 증가 기대가 컸었다.

하지만 10월 중순 이후 상황이 돌변했다. 미국 뉴욕증시가 정점을 찍고 내려가면서 유가도 함께 꺾였다. 미·중 무역전쟁과 미 기준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내년 실물경기 둔화가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해 유럽과 일본 등의 3분기 성장률도 기대에 못 미치면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 둔화와 이에 따른 수요 부진 우려가 국제 유가를 지속적으로 끌어내리는 직접적 요인이다.

이달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이 내년 1월부터 하루 12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는데도 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감산에 동참하지 않은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점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원유생산업체들은 현재 하루평균 1200만 배럴의 원유를 뽑아 올리고 있다. 이 덕분에 미국은 세계 1위 산유국이 됐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