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최저임금 산정 시 법정 주휴일을 제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산업계는 연봉 5000만원이 넘는 대기업 근로자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며 수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국무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 장관들을 긴급 소집해 이른바 ‘녹실(綠室)회의’를 열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재계 요구를 들어주는 쪽으로 정부 기류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있었다.

23일 녹실회의 소집을 처음 요구한 것은 성윤모 산업부 장관으로 알려졌다. 성 장관은 고용부 주장대로 법정 주휴일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시키면 최근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 조선 등의 업종에서 기업 부담이 대폭 늘어날 수가 있다는 취지의 건의를 홍 부총리에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홍 부총리도 성 장관의 의견에 상당 부분 동의해 회의 소집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녹실회의에서는 기업의 부담을 되도록 줄여야 한다는 홍 부총리-성 장관과 최저임금 기본취지인 근로자 보호를 내세운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 격론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최근 노동계의 지지율 하락에 우려를 나타낸 여당의 입장 등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2시간30분간 이어진 회의에서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정무적인 판단이 개입되면서 사실상 고용부 주장에 힘이 실렸다”고 말했다.

이 장관을 설득하려는 취지에서 소집된 녹실회의가 거꾸로 홍 부총리와 성 장관이 이 장관의 의견을 수용하는 쪽으로 매듭지어진 셈이다. 대신 연말에 끝나기로 돼 있던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처벌유예기간)을 탄력근로제 개정법 시행 시점까지 유예하도록 고용부가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