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헌 기쁨앤드 대표가 위해 물질인 과불화화합물(PFCs)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패딩 ‘미라클리얼다운'을 소개하고 있다.  /심성미 기자
남명헌 기쁨앤드 대표가 위해 물질인 과불화화합물(PFCs)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패딩 ‘미라클리얼다운'을 소개하고 있다. /심성미 기자
최근 몇 년간 한파가 기승을 부리면서 아웃도어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한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제품 특징 중 하나는 ‘발수’(원단 위에 얇은 막을 코팅해 물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튕겨주는 기능)다. 비나 눈이 와도 겉감과 안감이 물에 젖지 않아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해 준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발수 기능을 내기 위해 제조사들은 과불화화합물(PFCs)이라는 인공화학 물질을 사용한다. 물과 기름에 저항하는 특성 때문에 아웃도어 의류의 표면 처리제뿐 아니라 프라이팬 코팅제 등으로도 쓰인다.

문제는 PFCs가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돼 암, 내분비계 교란, 생식기능 저하 등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19년간 패션업계 대기업에서 일해온 남명헌 기쁨앤드 대표는 전 직장에서 발수 패딩을 기획하다가 우연히 PFCs의 위해성을 알게 됐다. 그가 퇴사한 뒤 PFCs를 사용하지 않은 ‘비불소계(PFC FREE) 패딩’인 ‘미라클리얼다운’을 개발하게 된 배경이다.

위해물질 없는 친환경 패딩

'미라클리얼다운', 100% 친환경 원단으로 만든 '발수' 다운패딩
기쁨앤드는 100% 친환경 원단으로만 발수 다운패딩을 제조하는 업체다. 가장 큰 특징은 PFCs를 쓰지 않고도 비와 눈을 막는 발수 기능을 탑재한 패딩이라는 점이다. 남 대표는 “식료품이나 화장품업계에서는 ‘친환경’이 대세 키워드로 자리 잡았지만 기능성 의류업계는 아직 그렇지 않다”며 “곧 의류시장에서도 비슷한 바람이 불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PFCs에 대한 경각심이 커 2016년부터 비불소계 친환경 패딩 제품이 꽤 나오기 시작했다”며 “아디다스가 올해 봄·여름용으로 내놓은 제품은 100% 비불소계”라고 설명했다. 고어텍스로 유명한 미국 고어사는 2023년 말까지 모든 원단에 PFCs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기쁨앤드의 ‘미라클리얼다운’은 PFCs를 쓰지 않고도 발수 효과를 내기 위해 비불소계 발수제인 ‘C0’을 사용했다. 남 대표는 “경량 패딩에 맞는 얇은 비불소계 원단을 개발했다”며 “오염물질을 튕겨내는 한편 내부 열기나 땀을 실시간으로 배출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밝혔다.

세탁에도 끄떡없는 발수력

일반 패딩은 세탁을 할수록 보온력이 떨어진다. 겉 원단이 해져 물이 스며들면 털의 숨이 죽기 때문이다. 남 대표는 “미라클리얼다운은 오히려 PFCs 처리를 한 패딩보다 발수력이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험 결과 PFCs를 사용한 D사 패딩을 20회 세탁하면 발수력은 새 제품의 70%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미라클리얼다운의 발수력은 평균 93.3%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발수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친환경 발수제를 혼합해 원단을 개발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남 대표는 2016년 10월 창업한 이후 누적 매출 3억3000만원을 올렸다. 지금까지는 LF 등과의 기업 간 거래(B2B) 납품에 주력했지만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에 나서겠다는 게 남 대표의 계획이다. 그는 “백화점이나 홈쇼핑 등에 입점하는 한편 침낭이나 침구 제품에도 독자 개발한 친환경 발수 원단을 적용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복을 타깃으로 해 조달청 납품도 준비 중이다. 그는 “의류 브랜드 중 처음으로 ‘2018 올해의 녹색상품’에도 선정됐다”며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