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맨 전성시대…10대그룹 주요 계열사서 5명 사장 승진
올해 임원 인사에서 대기업 ‘홍보맨’들이 눈에 띄게 약진하고 있다. 10대 그룹 주요 계열사 홍보 총괄 책임자 중 6명이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중 5명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조직이 커지고 기업과 연관된 내외부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면서 홍보맨들의 역할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1~9위 ‘홍보 총괄’ 승진

최근 연말 정기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대기업 홍보 임원은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 오성엽 롯데지주 사장, 김기태 GS칼텍스 사장 등 총 4명이다. 지난 7월 승진한 최선목 한화그룹 사장까지 포함하면 10대 그룹 주요 계열사 홍보 책임자 중 5명이 사장에 올랐다. 지난달 인사가 난 전명우 LG전자 부사장, 이항수 SK그룹 부사장 등 부사장급까지 포함하면 재계 서열 1~9위 대기업 홍보 책임자들이 최근 1년간 모두 승진했다. “홍보맨 전성 시대가 열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재계에선 “조직 내 ‘홍보맨’의 역할이 커지면서 직책과 위상이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검찰이나 경찰 등 권력기관들이 대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소비자들의 발언권이 높아지면서 여론을 수렴해 사전 대응하는 홍보조직의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리스크 매니지먼트(위험 관리)’ 업무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도 새로운 트렌드다. 삼성전자 홍보 임원들은 회사 중역들이 주재하는 핵심 회의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나 재무적 관점으로 흐를 수 있는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외부인의 시각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들어 다른 대기업들도 이 같은 삼성의 회의문화를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략·기획에 법무도 겸직

홍보 총괄 임원들의 업무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기업의 입’ 역할뿐 아니라 전략·기획, 대관, 사회공헌, 소셜미디어(SNS) 마케팅 등으로 확대됐다. 공영운 사장은 이번 인사로 현대차의 전략기획담당 업무를 함께 맡게 됐다. 현대차그룹 ‘전략·기획통’이던 정진행 사장이 현대건설 부회장으로 영전하면서 과거 10년간 담당했던 업무를 공 사장에게 물려줬다. 김동섭 사장도 이번 인사로 그룹 캐시카우인 SK하이닉스에서 홍보, 대관, 법무, 특허, 사회공헌 업무를 총괄하게 됐다.

최선목 사장도 지난 7월 승진한 뒤 홍보 외에 그룹 브랜드 전략 수립, 사회공헌, 대관업무 등을 함께 담당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정부나 국회에서 기업 측 의견을 듣고 싶어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기업인 중 한 명”이라고 귀띔했다. ‘언론인’ 출신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공영운 사장, 김동섭 사장, 김승일 코오롱 부사장 등 주요 그룹 계열사 홍보 총괄이 언론인 출신이다.

좌동욱/박상익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