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허위·과잉 진료로 자동차보험금이 연간 3000억원 가까이 새고 있다는 추산이 나왔다. 자동차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건강보험과 같이 자동차보험에도 현지조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관련법 개정 요구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보험금 年 3000억원 줄줄 샌다
18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946개 의료기관을 현지조사한 결과 건강보험·의료보험금 청구를 위해 허위·과잉 진료한 의료기관이 89.6%인 848개, 금액으로는 380억원에 달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사고를 빌미로 허위·과잉 진료를 하는 금액이 건당 기준으로 훨씬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동차보험에서 새는 보험금이 연간 3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보업계는 허위·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자동차보험에도 의료기관 현지조사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건강보험은 병원 진료비의 사실관계나 적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현지조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현지조사를 통해 허위·과잉진료를 막는 직접효과가 연간 약 440억원, 진료비 적정청구를 유도하는 간접효과가 약 242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건강보험과 달리 민간보험이지만 자동차를 소유하면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라는 점에서 공공성이 높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은 현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의료기관 허위·과잉 진료 통제를 위한 현지조사 권한이 없다. 금융감독원이 보험사기특별법에 따라 의료기관의 보험사기 의심건에 대한 조사와 검·경찰에 수사 의뢰 업무를 하고 있지만 주로 허위진료, 진단서 조작 등 사기행위로 인한 보험금 청구 행위만 조사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1조7698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하는 등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진료비 증가는 손해보험사 손해율을 악화시키면서 보험료 인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손보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에도 현지조사제도가 도입되면 심평원이 검사를 대행해 의료기관 반발을 최소화하고, 건강보험 현지조사 노하우를 활용해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피해자와 의료기관 간 이해관계 일치로 허위·과장 진료의 개연성이 높은 자동차보험의 특성상 현지조사제도 도입을 통한 심사와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