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호황의 지속 여부가 2019년 글로벌 경기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미국 경제가 둔화한다면 세계 경제도 뒤따라갈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사가 10일 국내 독점 발간하는 이코노미스트 《2019 세계 경제 대전망》
한국경제신문사가 10일 국내 독점 발간하는 이코노미스트 《2019 세계 경제 대전망》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9 세계 경제 대전망》에서 나홀로 호황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이 2020년이 오기 전 경기 침체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 예상을 소개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주가는 떨어지고 장·단기 채권 금리가 역전되는 등 부정적인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흥국 자금 유출도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대전망은 한국경제신문사가 10일 국내 독점 발간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다만 2019년 말 이전에 경제위기 수준의 불황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은행 자본 비율이 2007년보다 높은 수준에 있고,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나홀로 호황 미국마저 위태…각국 부채상환 능력 시험대 올랐다"
정점 찍고 내려가는 미국 경제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올해 2.9~3%에서 내년 2.2%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올해부터 적용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에 힘입어 49년 만에 최저 수준의 실업률과 유례없이 좋은 기업 실적 등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할 만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이런 호황이 내년까지 지속되긴 어렵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의 경제성장률 역시 올해 6.6%에서 내년엔 6.2%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유럽 경제성장률도 1.7%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는 미국의 호황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탈(脫)동조화’가 끝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기 순환을 고려하면 미국이 내년 말께는 경기 침체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설문조사 결과 절반 가까운 펀드매니저들이 미국 경기가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으로 둔화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정점을 찍고 하강하는 경기가 연착륙에 실패할 위험도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동안 급증한 부채가 가장 큰 위협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17%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보다 높다. 시장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와 기업의 부채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진단이다.

미·중 패권전쟁은 확대된다

미·중 무역전쟁 역시 내년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한 요소로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농산물과 공업 생산품, 자원 등의 공급망을 뒤흔들면서 일으킨 문제가 경제에 어떤 파급 효과를 낼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미·중 무역전쟁은 글로벌 패권전쟁으로 확대되면서 강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엘리트들은 중국이 미국의 희생을 발판 삼아 경제적·기술적·군사적 슈퍼 파워가 되려는 의도가 있다는 데 동의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미 정부 인사들은 하나로 뭉쳐 중국의 야심을 저지하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중국에 대해선 “중국이 단독으로 트럼프를 만족시키고 무역전쟁을 끝낼 조치를 이행할 가능성은 없다”며 “오히려 중국은 양보하지 않으면서 미국 경제도 무역 갈등에 따른 피해로 고통받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중국은 그들이 미국보다 고통을 더 잘 참을 수 있다는 데 승부를 걸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무역 외 영역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노력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남중국해에서 미·중 군함과 항공기의 물리적 충돌 위험이 커질 것”이라며 “중국 외교관들은 유엔과 국제기구에서 더 자주 러시아 편을 들며 미국을 방해할지 모른다”고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