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와 코엑스가 지난 5월 베트남 호찌민 푸미흥전시장(SECC)에서 주최한 ‘베트남 프리미엄 소비재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한국 중소기업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화장품·식품·패션 제품 등 한국의 우수 소비재를 현지에 수출하는 마케팅 플랫폼 전시회로 300여 개 기업이 참가했다.
한국무역협회와 코엑스가 지난 5월 베트남 호찌민 푸미흥전시장(SECC)에서 주최한 ‘베트남 프리미엄 소비재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한국 중소기업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화장품·식품·패션 제품 등 한국의 우수 소비재를 현지에 수출하는 마케팅 플랫폼 전시회로 300여 개 기업이 참가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제55회 무역의 날’을 맞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인도 등 신남방 국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자고 제안했다. 무역액 1조달러를 넘어 무역 4강, 2조달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에 치우친 한국 무역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통상분쟁 심화 등으로 한국의 미·중 수출길은 험로가 예상된다. 반면 아세안(6억4000만 명)과 인도(13억5000만 명)는 막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거대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가파른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새로운 교역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대 수출시장 떠오른 아세안

6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한국의 아세안 수출액은 823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아세안 수출액은 2016년까지는 전년 대비 감소 추세였지만 지난해 29.3%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4.7% 늘었다. 한국과 아세안 교역액(수출액+수입액)은 1321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6% 증가했다. 아세안과의 교역액은 중국(2238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미국과의 교역액(1080억달러)을 이미 넘어섰다. 올해 아세안 교역액은 1600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 신남방정책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아세안과 교역 규모를 2020년까지 2000억달러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아세안 국가 중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베트남은 단일 국가로는 ‘제3위 수출국’에 올랐다. 2020년엔 한국과 베트남의 교역액이 1000억달러를 돌파해 중국에 이어 2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넥스트 차이나’로 꼽히는 베트남은 휴대폰과 TV 등 주력 제품의 생산 거점이 됐다. 삼성전자는 박닌성, 타이응우옌성 두 곳의 휴대폰 공장에서 전 세계 삼성전자 휴대폰 생산량의 40%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 제품의 수출은 베트남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한다. LG전자도 하이퐁에 있는 통합 생산 공장에서 TV와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만들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현지 생산 공정에 필요한 중간재를 한국에서 조달하면서 한국의 수출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베트남 수출액은 478억달러로 2014년 224억달러에서 3년 새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아세안·인도가 한국기업 '블루오션'…"美·中에 치우친 수출길 넓혀라"
신산업·부품소재 유망

전문가들은 베트남을 필두로 아세안 시장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세안 인구는 6억4000만 명으로 한국의 12.5배가 넘고,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아세안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 5%에 달했다. 최근 아세안 국가들이 하이테크와 부품 소재 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고부가가치 산업구조와 교통 정보통신기술(ICT) 스마트도시 등 인프라 구축을 추진 중인 점도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수출 기회가 될 전망이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휴대폰 등 전자기기와 부품, 광학기기와 부품 소재 분야인 기계 및 부품, 화학·플라스틱·구리·알루미늄 소재의 아세안 수출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국가별로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이 경제 규모가 크고 GDP 증가율도 높아 수출 확대에 가장 유망한 것으로 분석했다.

신남방 시장은 중동을 넘어 한국 건설산업의 최대 수주처로도 부상하고 있다. 올 들어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 인프라 수주 비중은 신남방 지역이 40.9%로 텃밭이었던 중동(35.5%)을 제쳤다. 국제 유가 변동에 따라 수주액이 흔들리는 중동과 달리 신남방 국가들은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세안과 함께 신남방의 한 축인 인도는 한국 자동차업계의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인도 시장에서 연평균 6.8%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인도 자동차 시장 판매 2위 업체로 성장했고, 인도 자동차 수출의 20%를 담당하고 있다. 공장 가동률은 100%를 웃돈다. 기아자동차도 30만 대 규모 완성차 공장을 신규 건설 중이다.

정부도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를 꾸리고 중소·중견기업의 아세안·인도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달 7일 열린 신남방 특위와 중소·중견기업 간의 간담회에서 기업들은 다양한 건의사항을 쏟아냈다. 화장품·생활용품 등 제조업 분야는 유통 및 비관세 장벽에 대한 해법을, 콘텐츠·서비스업 분야는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신남방 특위도 한-아세안·인도 정부 간 협의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