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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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은 1961년 중소기업 전문 국책은행으로 설립돼 57년 만에 총자산 315조원 규모(9월 말 기준)로 성장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작년 취임한 뒤 ‘동반자금융’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창사 이래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두고 있다. 기업은행이 올 들어 9월 말까지 거둔 순이익(연결 기준)은 1조4603억원으로 은행 설립 이래 3분기 누적 최대 규모다. 올해 전체로는 1조7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금융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의 자금 공급을 확대하면서 국내에서 생산적 금융을 선도하고 있다. 중기 대출 잔액은 국내 금융권 최초 150조원을 돌파했다. 2006년 50조원에서 2012년 100조원을 넘어섰고, 작년 9월 140조원에서 올 9월 150조원을 달성했다. 이어 지난 11월에는 거래 기업 수가 150만 개를 넘어섰다. 기업은행의 기업고객 수는 2005년 50만 개를 넘었고 2013년에는 100만 개를 돌파했다. 이들 기업고객의 99.8%가 중소기업으로 기업고객 수 150만 고지를 넘어 ‘중소기업 리딩뱅크’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올해로 출범 57주년을 맞은 기업은행은 김 행장 취임 후 중소기업 중심 국가경제 재도약을 위해 동반자금융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일방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하기보다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금융을 실천하기 위해 양(量)적 자금 공급에 집중됐던 중소기업 지원 방식을 질(質)적 지원 방식으로 전환했다.

담보를 받아 대출하는 전당포식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투자, 인수합병(M&A), 자산매각, 기업공개(IPO) 등 기업 상황에 적합한 최적의 솔루션을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제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동반자금융은 기업은행 중장기 중소기업 지원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기업은행이 ‘성장(scale-up)-재도약(level-up)-선순환(cycle-up)’이라는 ‘3-업(up) 플랫폼’을 통해 기업들의 생애주기 전반에 능동적으로 관여하면서 성공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덕분에 기업은행은 은행권 중기대출 시장에서 점유율 22.6%(원화대출 기준)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우량 중소기업 대출만 취급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창업 초기, 정책금융지원 기업 등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꾸준히 추진해온 결과라는 게 기업은행 측 설명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국내 전체 기업 가운데 기업은행과 거래하는 비중(작년 말 기준)이 3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최근 국내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작년 하반기부터 이 같은 동반자금융을 주요 전략 방향으로 설정하고 전행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올해는 사회적 관심사인 ‘일자리 창출’ 부문을 별도로 분리해 성장금융, 재도약금융, 선순환금융, 일자리창출 등 총 4개 부문으로 나눠 23대 과제를 추진해왔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동반자금융의 분야별 과제 목표는 이미 지난 9월 넘어섰다. 창업기업 대출공급액은 21조3470억원으로 106.7%의 달성률을 기록했다. 지난 1년간 기업은행은 동반자금융 구현을 위해 다양한 신규 사업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며 시장과 고객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은행 건물의 여유 공간을 중소기업 창업 및 복지 지원 인프라로 탈바꿈시킨 ‘IBK창공(創工)’과 ‘중소기업 공동직장어린이집’,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고령화에 따른 기업승계를 위한 ‘엑시트 사모펀드(Exit PEF)’ 사업은 동반자금융의 취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기업은행은 동반자금융을 실천하기 위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저금리 대출 상품인 ‘해내리 대출’ 한도 2조원 증액 △‘동산금융 활성화’에 앞장서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동산담보대출’ 출시 △중소기업 일자리 매칭 플랫폼 ‘아이원 잡’ 구축 등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왔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M&A 지원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엑시트 사모펀드와 별개로 중소기업 M&A 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해 중소기업 M&A 지원 전담팀을 신설했다. 중소기업 CEO들의 M&A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특화컨설팅을 통해 매도 의사를 가지고 있는 고객들이 더 체계적으로 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기업은행은 개발 중인 중소기업 경영지원 플랫폼인 ‘IBK 박스(BOX)’를 통해 동반자금융을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김 행장은 “IBK BOX 사업은 동반자금융의 재도약금융 관점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고객의 니즈가 큰 경영 지원 솔루션을 디지털 플랫폼 방식으로 제공할 경우 중소기업의 경영 효율성 제고 및 금융 애로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IBK BOX에는 영업점에 가지 않아도 손쉽게 대출을 신청하고 정책자금을 조회해 볼 수 있는 금융 솔루션은 물론 해외 판로 개척, 우수 인재 유치, 기업부동산 매매 등 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비금융 솔루션들도 담을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내년 상반기에 개발을 마무리하고 IBK BOX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상용화할 예정이다.

김 행장은 “기업은행이 단순히 중소기업 대출만으로 현재 가치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중소기업 전문 국책은행으로서 100년 은행으로 살아남으려면 은행의 중소기업 지원 관련 핵심 DNA와 철학을 바꾸는 장기적 작업이 필요하며 동반자금융이 바로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