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옆 편의점 사라진다…자율규약 18년 만에 공식 부활
앞으로 편의점 브랜드간 자율규약에 따라 신규 편의점 출점이 상당히 까다로워진다. 반면 폐점 시에는 가맹점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등 '퇴로'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편의점 업계의 과밀화 해소를 위해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스스로 요청한 '자율규약 제정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편의점 업계는 브랜드간 과도한 출점경쟁으로 인한 가맹점주 수익성 부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자 점포 과밀화문제 해소를 위해 일정한 거리 내 출점금지를 골자로 한 자율규약안을 공정위에 제출했다.

국내 편의점수는 1993년 1000호점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 4만개까지 늘었다. 일본은 인구가 한국의 2.4배인데 편의점 수는 5만6000여개로 1.4배에 그쳐 '편의점 선진국'인 일본에 비해 한국 편의점 수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7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편의점 과밀 해소를 위한 업계 자율규약을 공정위가 잘 뒷받침하고 그 효과를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자율규약에 따르면 앞으로 출점 예정지 인근에 경쟁사 편의점이 있을 경우 주변 상권의 입지와 특성, 유동인구,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기준 등을 고려해 점포 개설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원래 편의점을 출점할 때는 250m 거리 안에 같은 브랜드가 없으면 가능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4년 공정위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폐지돼 지금은 사실상 출점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담배 소매인 지정업소 간 거리는 도시의 경우 50m, 농촌은 100m를 유지해야 한다. 다만 서울시는 50m를 100m로 2배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애초 편의점 업계는 지난 7월 80m 거리제한을 담은 자율규약안에 대한 심사를 공정위에 신청지만 80m 이내 출점을 금지하는 근접출점자율규약의 경우 1994년 이미 실행했다가 2000년 공정위로부터 '부당한 공동행위금지 위반'으로 시정조치명령을 받은 내용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반면 가맹점주의 폐점에 대한 부담은 줄어든다. 편의점들은 가맹점주의 책임이 없는 사유로 경영상황이 악화돼 폐업을 원할 경우 위약금을 감경 또는 면제키로 했다.

운영단계에서도 직전 3개월간 심야시간대(오전 0~6시) 적자에도 불구하고 영업활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시키고, 질병치료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에도 영업시간을 구속하지 않키로 했다.

공정위는 자율규약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출점기준 준수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상생협약 평가기준과 표준가맹계약서 개정 등으로 유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출점은 어려워지고 폐점이 상대적으로 쉬워지면서 계약기간이 끝나는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한 가맹본부간 점포 점유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