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부도액이 올 들어 최대치로 불어났다. 신용등급이 낮은 이른바 ‘정크 등급(투자 부적격)’ 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금융시장이 얼어붙어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크게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기업의 회사채 부도 규모는 204억위안(약 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30%가량 늘어나면서 올 들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中, 지난달 회사채 부도 3.3兆 연중 최고…신용시장 '꽁꽁'
중국 회사채 부도 금액은 올 상반기까지 월별로 100억위안을 넘지 않았으나 하반기 들어 급증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부동산 경기 둔화 등에 따라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기업들이 금리가 낮았던 2015~2016년 회사채 발행과 금융기관 차입을 대폭 늘린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상당수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막히면서 저신용 등급의 신규 회사채 발행은 급감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신용등급 ‘AA’ 이하 비금융기업의 회사채 신규 발행은 1조2700억위안(약 205조5000억원)으로 2014년 이후 가장 작은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채 부도율이 높아지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AA+’ 이상 등급의 회사채 발행은 3조2800억위안(약 530조6800억원)으로 40%나 늘어 안전한 채권에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0월부터 중소기업 자금 공급을 위한 회사채 활성화 기금을 조성하고 중국채권보험(CBI)에 100억위안을 출자하는 등 금융시장 경색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시중은행에 자금을 공급하고 거시 건전성 평가 기준도 완화했다.

하지만 아직 가시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리우유 궈샹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는 더 많은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낮은 등급의 채권에 대한 신용 위험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