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 수출에 영향주는 건 당연…중소형 원자로 개발 등 고려할 만"
영국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에드워드 데이비 자유민주당 하원의원(사진)은 “안정적인 저탄소 전력원으로 원전을 대체할 만한 다른 에너지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비를 낮추거나 중소형 원자로 같은 차세대 원전을 개발해 비용을 절감한다면 원전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의회의사당 인근의 자민당 의원회관에서 만난 데이비 전 장관은 “최근 신재생에너지 단가는 많이 낮아진 반면 원전은 안전규격 강화와 해체 비용 증가로 경쟁력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원전만큼 유용한 전력원이 없다”고 강조했다.

데이비 전 장관은 영국 보수당과 자민당이 2010~2015년 연립내각을 구성했을 때 고용관계부와 비즈니스혁신부 차관, 에너지·기후변화부 장관을 지낸 경제통이다. 런던 한인타운인 뉴몰든을 포함하는 킹스턴구에서만 5선을 기록해 한국 사정에도 밝은 편이다.

데이비 전 장관은 한국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원전 해외 수주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원전 발주자로선 과거 수출 실적과 탄탄한 공급망 등을 확인해야 할 텐데 탈원전으로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수출 경쟁력은 약화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한 예로 미국 웨스팅하우스나 프랑스 아레바는 원전 수주를 하고도 공사 기간 지연에 따른 공사비 급증으로 파산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데이비 전 장관은 한국전력이 참여를 추진했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도시바와 원활하게 소통해 최우선적으로 원전사업법인인 뉴젠이 청산되는 걸 막아야 희망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회와 언론 등을 잘 설득해 영국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바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뉴젠을 발표한 대로 청산해버리면 무어사이드 원전 부지와 사업권이 영국 정부에 반환될 가능성이 크고 이후 사업 절차가 어떻게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도시바는 한전을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가 지난 7월 돌연 해지했다. 도시바는 지난달엔 원전사업법인을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조차 지급하지 못해 뉴젠 파산을 신청했다. 뉴젠 인수를 통해 영국 원전 시장에 진출하려던 정부와 한전의 계획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데이비 전 장관은 영국의 최저임금 정책을 묻자 “고용관계부 차관을 지내면서 최저임금 급속 인상은 단기적으로 소비 진작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 공급자인 노동자와 수요자인 기업이 합리적으로 만족하는 수준에서 합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런던=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