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10월에 이어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지 못하자 30일 국내 장기 채권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원화 가치도 소폭 떨어졌다.

거꾸로 간 시장…장기채 금리·원화가치 동반 하락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08%포인트 내린 연 2.106%로 장을 마감했다. 20년물은 0.028%포인트 떨어진 연 2.047%로 장을 마쳤고, 30년물은 0.040%포인트 하락한 연 1.974%를 기록하며 2%대 밑으로 내려앉았다. 단기물인 1년물(연 1.83%)과 3년물(연 1.897%) 금리만 소폭 상승했고 5년물(연 1.972%)은 전날과 같은 금리로 마감했다.

장기 채권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장단기 금리 차는 2년2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다. 이날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의 금리격차는 0.209%포인트를 기록하며 2016년 10월7일(0.205%포인트)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장단기 금리 차가 좁혀지는 것은 경기 하강을 예고하는 강력한 신호로 비쳐진다.

채권시장에선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2.7%로 낮춘 10월과 비슷한 수준의 경기진단을 하자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한층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내 경제는 10월 전망했던 경로에 대체로 부합해 잠재성장률인 2.8%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대 중후반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4분기 들어 증시 분위기가 크게 침체된 것도 투자자들의 채권 매수를 유도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9월만 해도 2300대를 유지하던 코스피지수는 이날 2096.86까지 내려앉았다. 증권사 채권운용 담당자는 “국내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 채권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한 데다 한은도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란 입장을 보이자 움직임이 미미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경기침체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이어지자 중장기 금리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화 가치도 떨어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원 오른 1121원20전에 거래를 마쳤다. 보통 기준금리가 오르면 해당 통화 가치는 오르는데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이달 금리 인상은 이미 예상됐던 것인 데다 내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약하다는 전망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1일 열릴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환시장에 신중론이 확산된 영향도 있다”고 전했다.

김진성/서민준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