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찬 LIG넥스원 사장이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학생들을 만나 방위산업의 매력을 소개하고 관심을 당부했다.김 사장은 지난 22일 서울대에서 우주항공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경영하라’를 주제로 특강했다. 김 사장은 “소총 한 자루도 만들지 못했던 대한민국이 전문가들의 헌신에 힘입어 첨단 국산 무기를 개발하고 양산하게 됐다”며 “선배들의 열정과 혁신을 이어받아 리더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말했다.김 사장은 학생들에게 방위산업에 도전할 것을 권했다. 그는 “전 세계의 다양한 기술 트렌드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방위산업의 매력”이라며 “긴 호흡으로 체계적인 개발 프로세스(과정)를 밟아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공학도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국방과학기술은 세계 9위 수준으로 학생들이 전문 역량을 키워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김 사장은 국민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금성정밀(현 LIG넥스원)에 입사했다. 사업관리·개발·전략기획 등 업무를 두루 거쳐 지난 3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5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직면한 어려움과 해법’을 제시한 기획기사를 게재했다. 지금의 어려움을 방산업계의 체질을 개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방위산업은 국가의 기술력이 총집약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잠수함 1척이 중형차 1만8000대의 부가가치와 맞먹고, 고성능 유도미사일 한 발이 수십억원을 호가한다. 세계 방위산업 규모는 1조7000만달러에 이른다. 우리가 경쟁력을 갖춘다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수출을 통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국방예산 절감과 일자리 창출은 물론 다수의 중견·중소 기업들과의 상생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나아가 방산업계가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국방기술에 투자하는 선순환의 구조가 이뤄질 수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방산 분야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문재인 대통령도 방위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9월 39년 만에 열린 청와대 주관 방위산업발전회의인 ‘국방산업진흥회의’에서 “국방산업이 수출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맞춤형 지원책과 외교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내수시장의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수출이 모든 방산업계의 공통된 화두가 된 지 오래다. LIG넥스원도 중동, 중남미, 아시아 지역을 수출전략시장으로 선정하고 현지사무소 개설, 해외전시회 참가 확대 등 적극적인 수주마케팅을 추진해 왔다. 민·관·군이 공조해 최선을 다한 덕에 전체 방산 수출 규모는 2006년 2억5300만달러에서 지난해 31억9000만달러까지 늘었다. 수출 순위 6위인 한국의 위상에 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방산 수출은 G2G(정부 간 거래)의 성격이 강하다. 구매 주체가 정부이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장기적인 거래 형태여서 정치·외교·안보·국제정세 같은 요소가 중요 변수로 작용한다. 국가 차원의 지원과 협력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개별기업이나 동종업계 역량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범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현재 방산 수출 지원 정책과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국가는 이스라엘이다. 수출 비중이 70%가 넘는 이스라엘은 방위산업을 국가 안보의 핵심적인 전략요소로 간주해 왔다. 특히 국방부를 구성하는 여러 조직 중 연구개발국, 수출통제국, 국가보안국, 방산수출국 등 전담조직을 통해 제도적·기술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우리나라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협조 창구의 일원화, 행정절차의 간소화, 지원 제도의 도입 등과 관련해 방산 수출을 전담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때마침 방위사업청이 지난 19일 정부과천청사에 ‘방산수출진흥센터’를 열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방산업계도 기대가 크다.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과 지원책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글로벌 방산기업들과 경쟁하는 국내 방산업체들에 힘을 실어주는 의미있는 성과를 이끌어내기를 바란다.글로벌 방산시장에서 믿고 따를 수 있는 든든한 나침반 역할도 기대한다. 방산업계도 수출 확대가 국방기술 발전은 물론 중견·중소업체들의 경쟁력 강화 및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마켓인사이트 11월22일 오후 4시10분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방산업체 LIG넥스원 지분 49%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건 2012년 8월이다. LIG그룹은 2006년 인수한 건설회사 건영(당시 LIG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우량 자회사인 LIG넥스원 지분 매각에 나섰다.당시 LIG그룹은 기업어음(CP) 사기 발행 혐의로 오너 경영진이 구속되는 등 최악의 상황이었다. 스틱 컨소시엄에 관심을 보이던 재무적 투자자(FI) 중 상당수가 돌아섰다. 하지만 스틱은 위기는 오히려 투자 수익률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스틱은 2013년 2월 하나금융투자, KB자산운용, 대신증권, KTB PE 등을 모아 LIG넥스원 지분 49%를 4200억원에 사들였다.투명성 높여 영업이익률 개선스틱은 LIG넥스원 지분 인수 후 감사위원회부터 설치했다. 투명하지 않게 돈이 새나가는 것만 막아도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3명으로 구성된 감사위원 중 2명을 스틱 컨소시엄이 지명했다. 감사위원장은 김창진 당시 스틱 상무가 맡았다. 이후 LIG넥스원이 특수관계인과 해오던 거래 중 적절하지 않은 거래는 모두 끊었다. 인사 제도도 투명하게 고쳤다.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비효율을 걷어내자 수익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13년 4.3%이던 영업이익률이 2015년에는 5.9%로 높아졌다. 경영지표가 개선되자 스틱은 약속대로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 회수에 나섰다. 계약 당시 스틱과 LIG는 IPO가 성사되지 않으면 연 6.5%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보장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컨소시엄이 원하면 회사를 통째로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drag along) 조항도 넣었다.국내 순수 방산업체 첫 IPOLIG넥스원은 2015년 하반기 IPO 시장의 ‘최대어’였다. 순수 방산업체로는 국내 첫 상장이라는 점에서도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스틱 컨소시엄은 1년 전부터 NH투자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하고 준비했다.IPO는 성공적이었다. LIG넥스원은 2015년 10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스틱은 상장 후 2017년 3월까지 몇 차례에 걸친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매)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2013년 1500억원을 투입한 스틱은 4년여 만에 3210억원을 벌어들여 2.14배의 투자 수익과 30.9%의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했다.곽동걸 스틱 대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인수를 포기하지 않고 딜을 완주하면서 동반매도청구권 등 다운사이드(투자손실) 보호 조항을 확보한 게 성공의 열쇠였다”며 “투자자로서의 권리를 십분 활용해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를 구축한 것도 IPO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잇단 특수상황 투자 성공스틱의 LIG넥스원 투자는 전형적인 ‘특수상황’ 투자다. 유동성 위기, 지배구조 개편 등 특수한 상황에 처한 대기업의 문제 해결을 도우면서 수익을 얻는 전략이다. 2013년 스틱의 동부팜한농 투자도 마찬가지다. 스틱 컨소시엄은 2013년 9월 3500억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사들여 동부팜한농 지분 50.1%를 확보한 뒤 경영은 동부그룹에 맡겼다. 하지만 2015년 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우량했던 동부팜한농까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 일부 은행과 캐피털사는 대출 회수에 나서기도 했다.스틱 컨소시엄은 경영진을 설득해 동부팜한농을 동부그룹에서 계열분리했다. 이후 동부청과, 화공사업부 등 비핵심 사업과 유휴 부동산을 잇달아 매각했다. 그 덕분에 신용등급이 올라가고 대출도 연장됐다. 스틱은 애초 계획한 IPO를 통한 투자 회수는 어렵다고 보고 2016년 1월 LG화학에 동부팜한동을 매각해 투자 회수에 성공했다.특수상황 투자로 성공 경험을 쌓은 스틱은 2016년 6032억원 규모의 스페셜시추에이션 펀드를 조성했다. 이미 펀드 투자금의 93%를 소진했다. 곽 대표는 “국내 대기업의 선제 구조조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특수상황 투자가 유망한 투자 전략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