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특색 사회주의·임기철폐'가 민주화 지원 '관여정책' 환상 깨
日신문 "G20 미중 정상회담이 양국관계 기로"
'시진핑 임기철폐'가 미국의 대중 강경 대응 불렀다
미중마찰이 무역에서부터 기술패권, 안보분야로까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전분야에 걸쳐 대중 강경노선으로 돌아서게 한 요인은 중국이 표방한 "중국 특색 사회주의"와 "시진핑 주석의 임기철폐"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9일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7일 APEC 관련 회의에서 "중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미국도 방침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펜스 부통령은 무역마찰과 지적재산권 절취,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안보, 인권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중국을 비난했다.

내용은 지난달 워싱턴 싱크탱크에서 한 연설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지만 중국에 이 정도로 강경하게 나선 배경에는 2가지 요인이 있다고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첫 번째 요인은 작년 10월 제19기 공산당대회에서의 시진핑 주석의 발언이다.

시 주석은 당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발전은 발전 가속화와 자국의 독립유지 양립을 바라는 국가와 민족에게 전혀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했다"며 중국의 독자적인 발전 모델을 자화자찬했다.

미국 외교 소식통은 이 연설로 "민주화를 지향하는 '관여정책'이 실패로 끝났다.

중국은 이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관여정책'은 장차 중국의 자유주의화와 민주화를 염두에 두고 경제발전과 국제질서에의 통합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1990년대 클린턴 정부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원한 이래 역대 정권도 이 방침을 대체로 답습했다.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와는 분명히 다른 중국의 독자적인 세력권 확대를 추구하려는 시 주석의 선언은 이 정책에 맞지 않는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는 시 주석의 연설 2개월 후인 2017년 12월에 마련한 국가안보전략에서 "관여정책의 전제 대부분이 잘못됐다"고 선언했다.

군사, 경제분야에서 미국의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대처한다는 방침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때만 해도 미국에는 소수지만 기대감이 아직 남아있었다고 한다.

중국의 역대 주석은 대체로 10년 만에 교대하는 게 관례였다.

시 주석이 물러나면 중국의 자세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가냘픈 기대를 여지없이 깨뜨린 또 하나의 요인은 올 3월에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였다.

시 주석은 전인대에서 헌법을 개정, 2기 10년까지이던 국가 주석의 임기를 철폐했다.

최고 권력자의 자리를 최대한 길게 차지할 수 있는 길을 연 것. 다른 미국 외교 소식통은 "이 결정이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면서 "바로 이 결정이 대중정책의 큰 전환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시 주석의 발언을 보면 불과 2, 3년전과 비교해도 중국의 계획이 바뀐 걸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외교 소식통은 "다른 지도자라면 중국과 조금 더 좋은 관계가 됐을지도 모르지만 시진핑 정권하에서는 그런 일이 더이상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3월 중국 전인대가 열린 것과 거의 같은 시기에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 대한 관세부과 방침을 밝혔다.

이후 9월까지 3차에 걸쳐 관세부과를 단행했다.

9월말에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함정이 미국 구축함에 위험할 정도로 접근하는 사태도 발생, 안보분야까지 포함한 전면 대립 양상으로 발전했다.

펜스 부통령의 지난달 4일 연설은 이런 일련의 과정에 따른 귀결이었다.

니혼게이자이는 양국의 패권경쟁은 이제 미봉책으로는 수습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하고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이 양국관계의 큰 기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