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중국을 겨냥해 “합의가 안 되면 새로이 2670억달러어치의 중국 제품에 10% 또는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현재 10% 추가 관세를 물리고 있는 중국 제품 2000억달러에 대해 예고한 대로 내년 1월1일부터 관세율을 25%로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상전쟁 담판을 앞둔 상황에서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소집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다시 강조했다. 미·중 정상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별도 회담을 열 예정이다.
통상담판 출사표…트럼프 "결렬 땐 추가 관세" vs 시진핑 "중국몽 관철"
“미국이 타격받지는 않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미·중 협상 결과가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으면 중국 제품 전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2000억달러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을 보류해 달라’는 중국 측 요구에 대해서도 “(그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1단계로 5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2단계로 9월 중국 제품 2000억달러에 10% 관세를 매기면서 내년 1월부터 관세율을 2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추가로 267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관세를 물리면 대(對)중국 수입액 전체가 관세폭탄을 맞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조립되는 애플 아이폰과 노트북도 고율 관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애플 아이폰이나 노트북에) 10% 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사람들이 그 정도는 매우 쉽게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만나서는 “(중국과) 합의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유일한 합의는 중국이 미국과의 경쟁에 자국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미국이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는 ‘관세 인간(tariff person)’인지도 모른다”며 한국, 일본, 유럽산 수입차에 대한 관세 부과 위협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 관련해 ‘타협을 염두에 둔 것’이란 일부 분석도 있지만 현재로선 ‘타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기류가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에도 “(중국과) 합의할 수 있다면 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이 지식재산권 도둑질 등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매년 엄청난 규모의 돈을 가져갔다”고 공격을 퍼부었다.

내부 단속에 공들이는 중국

시 주석은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소집해 ‘중국몽 실현’을 강조하며 당의 노선을 따를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보도했다. 미·중 통상전쟁 격화로 중국 경기가 가라앉자 내부의 비판 목소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공산당 창당 100주년(2021년)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2049년) 두 개의 100년을 앞두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몽을 실현하려면 공산당이 인민을 결집해 신시대 당의 노선을 전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두 개의 100년을 통한 중국몽 실현을 공식 천명했다. 2021년까지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를 만들고, 이후 2049년까지 경제력뿐만 아니라 군사력 측면에서도 세계에서 제일가는 강국 대열에 진입한다는 게 목표다. 미국이 기술 도둑질 등을 지적하며 문제 삼고 있는 국가 주도의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도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다.

중국은 이달 중순 142개 항목에 달하는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미국 측은 핵심이 빠져 있다며 수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 정부가 강하게 요구하는 ‘중국제조 2025’ 폐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