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명확해야 성취 동기 ↑…협상 성공 가능성 커진다"
길을 나선 사람이 가고자 하는 곳을 모르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알고 있더라도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르면 길을 잃을 것이다. 협상에 나서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협상의 목표를 모른다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알고 있더라도 분명하게 아는 것과 막연하게 아는 것의 차이는 크다. 협상의 출발점은 바로 명확한 목표 설정이다. “이번 공사비 협상을 통해 최소한 8.5%는 절감해야 해” 또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이달 말까지 납품 단가를 5% 인상해야 돼” 등 구체적인 수치가 필요하다.

막연한 목표는 목표가 아니다. 목표가 명확할수록 상대방에게 요구하기 쉽다. 요구하지 않는 상대에게 그냥 내주는 사람은 없다. 목표가 명확할수록 달성할 가능성도 커진다. 목표가 불확실하면 상대에게 휘둘리게 되고 양보하지 않아도 될 것을 양보하게 된다. 반대로 많이 요구할수록 더 많은 것을 얻는 경향이 있다.

협상 목표를 높게 설정하면 이를 달성하려는 성취 동기가 높아진다.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보다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그만큼 더 노력한다. 좀 더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가용한 수단을 모두 동원한다. 협상 성공의 결정 요인은 협상가의 열망 정도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직이나 회사 입장에선 협상 목표를 높게 설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조직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는 자기 보호 본능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조직 내에서 신분이 보장되고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것이 기본 욕구다. 조직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목표를 높게 설정하는 것이 맞다.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조직으로부터 비난받을까 두려운 것이다. 무능력자로 비치거나 미성과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 따라서 리더는 협상 실무자가 낮은 목표를 설정하지 않도록 성취 동기를 자극해야 한다. 목표 설정부터 협상 진행 과정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가용 자원(인적, 물적, 시간적)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또한 개인의 이해도 세심하게 살펴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복잡한 협상일 경우 미리 목표의 우선순위를 설정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 가지 카테고리로 설정하면 좀 더 정교한 협상을 만들 수 있다.

첫째, ‘반드시 성취해야 할 목표’다. 이것은 당신이 협상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속한다. 여러 안건 중에서 반드시 확보해야만 조건이 있을 것이다. 그 조건이 확보되지 못한다면 협상을 포기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예를 들어 대규모 쇼핑몰을 임대하는 건물주로서는 주 세입자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 파워가 있는 기업체가 입주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건물 가격은 물론 나머지 소규모 세입자 유치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임대료를 조금 양보하더라도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에 속한다.

둘째, ‘성취하면 도움이 되는 목표’다. 중요하지만 결정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수정 가능한 목표다. 건물주는 높은 임대료를 원하지만 공실률을 낮추기 위해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임대 조건도 중요하다. 따라서 전체적인 임대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당신에게는 경제적인 가치가 작지만 상대에게는 매우 가치 있을 수도 있는 항목이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상대에게도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동일한 사안이라도 좀 더 깊이 파고들면 양측이 평가하는 가치는 다를 경우가 많다. 명확한 목표가 협상의 성공을 좌우한다.

구체적인 수치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세분화해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협상의 실익을 챙길 수 있다.

이태석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