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성 헨즈 대표가 인천 서구 사무실에서 통돌이 오븐을 소개하고 있다.  /전설리 기자
최은성 헨즈 대표가 인천 서구 사무실에서 통돌이 오븐을 소개하고 있다. /전설리 기자
지난해 12월. 주방용품업체 헨즈의 최은성 대표(51)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전날 홈쇼핑 상품기획자(MD)들에게 보여준 통돌이 오븐이 혹독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너무 불편할 것 같아요. 주방에 놓고 싶지 않아요” 등의 지적이 쏟아졌다. 홈쇼핑 중개사업을 축소하고, 50세에 주방용품 제조업에 도전했는데 출시조차 못 할 상황에 몰렸다. 그는 처음부터 다시 하기로 마음먹었다. MD들의 평가를 반영해 설계부터 바꿨다. 7개월 노력 끝에 신제품을 출시했다. 홈쇼핑에 내놓자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대박이었다. 주방용품 유통업체 판매사원으로 시작, 홈쇼핑 게스트를 거친 ‘판매왕’은 제조업에서도 성공을 이뤄냈다.

판매상서 제조업 사장으로

최 대표는 27세에 한 주방용품 유통업체의 판매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판매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다. 입사 후 판매 실적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꿈은 “최고 주방용품으로 성공하는 것”이었다. 무엇을 팔면 팔리는지 알겠다는 자신감이 생기자 1996년 주방용품 유통업체인 광명통상을 설립했다. 장사가 잘되는 것 같았지만 딱 1년이었다. 이듬해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주방용품 수요는 줄었다. 1999년 사업을 접고, 주방용품업체 해피콜에 입사했다. “판매에는 자신있었지만 제조를 잘 몰랐다. 제조를 배우기 위해 해피콜에 들어갔다”고 최 대표는 말했다. 10여 년간 해피콜에서 일하다 보니 ‘내 일’에 대한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2008년 홈쇼핑 중개업체 홈에이스를 설립했다. 다시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사장님의 또 다른 직업

최 대표에게는 ‘부업’이 있다. 홈쇼핑 쇼호스트를 도와 제품을 설명하는 게스트다. 1998년 코엑스 주방용품 박람회에서 제품을 판매하던 최 대표를 보고 GS홈쇼핑 담당자가 방송 출연을 제안했다. 주부를 설득하는 데 자신있었던 그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후 해피콜에서도, 홈에이스와 헨즈 창업 뒤에도 계속 게스트 일하고 있다. 최 대표는 “직접 방송을 하면 제품을 계속 만지고 고객과 소통하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MD들의 말에 귀 기울여 통돌이 오븐을 설계부터 다시 할 수 있었다.

주방용품 팔다 홈쇼핑 게스트 거쳐 '통돌이 오븐' 대박
판매를 잘하는 비결을 묻자 그는 “잘 팔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노하우”라며 “팔려는 제품과 경쟁 제품의 장단점을 꼼꼼히 파악해 어떤 부분이 나은지 부각시킬 줄 아는 분석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이용자들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해 과대포장하지 않고 진실하게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예쁜 쓰레기보다 계속 손 가는 제품”

통돌이 오븐은 가스레인지에 올려두면 받침 위에 놓인 냄비가 저절로 회전해 고기 등을 구워주는 오븐이다. 불 앞에 서서 고기를 뒤집을 필요가 없고, 주방 여기저기 기름이 튀지도 않는다. 냄새와 연기도 거의 없다. 삼겹살 등을 넣고 뚜껑을 닫은 다음 타이머를 맞춰놓고 알람이 울리면 꺼내기만 하면 된다. 최 대표는 등산하러 갔다가 밤 굽는 기계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제품을 개발했다. 처음에는 전문 생산업체에 제조를 맡겼다. 주문량이 늘자 직접 제조하기로 했다. 인천에 공장을 마련하고, 생산직 50여 명을 채용했다. “생산량이 늘면 여러 제조공장에 맡겨야 하는데 그러면 품질 관리가 어려워 직접 제조하기로 했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홈쇼핑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홈쇼핑 히트 제품을 내놓기 위해선 품질 관리가 생명”이라며 “한 번 악평이 올라오고 반품이 시작되면 끝이라는 것을 20여 년간 홈쇼핑업계에서 일하며 배웠다”고 말했다.

헨즈는 통돌이 오븐의 수출도 추진 중이다.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베트남 인도 등에서 특허와 상표 출원을 마쳤다. 올해 통돌이 오븐으로만 8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매출 목표는 2000억원으로 잡았다. 최 대표는 “사서 한 번 쓰고 마는 ‘예쁜 쓰레기’가 너무 많다”며 “몇 개 안 되더라도 계속 손이 가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천=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