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침엽수림…수묵화 같은 '제주의 겨울' 드론에 담다
하얀 눈 덮인 숲 사이로 검은색 아스팔트 도로가 보인다. 길 가운데 서서 보는 시야가 아니다. 드론이 위에서 찍어 내려보는 시선이다. 갑자기 고도를 높이자 도로는 사라지고 짙은 색의 침엽수와 하얀 눈이 다시 대비된다. 마치 수묵화 같다. 드론은 이제 성산일출봉으로 날아간다. 차가운 겨울 바람으로 죽은 듯한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그 아래로는 따뜻한 석양으로 평온한 작은 마을들이 자리한다. 지난겨울 제주에 내린 폭설의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드론으로 담아낸 영상이 올해 처음 열린 2018 제주드론필름페스티벌에서 ‘Landscape Jeju by Blackyak(랜드스케이프 제주 바이 블랙야크)’상을 받았다. 상 이름에 낯익은 이름이 보인다. 블랙야크란 브랜드다. 이 행사는 아웃도어 브랜드인 블랙야크가 후원한다.

블랙야크상을 수상한 성진현·한성진 감독.
블랙야크상을 수상한 성진현·한성진 감독.
블랙야크는 드론도 아웃도어라고 생각한다. 등산 트레킹 서핑 캠핑 등 전통적인 아웃도어 활동뿐 아니라 드론을 날리고 영상을 담는 것도 아웃도어 활동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하는 앵글을 담기 위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라면 아웃도어라는 얘기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드론을 산업적인 시각에서만 보는 시대도 지났다”며 “드론은 단순한 카메라가 아닌 ‘날고 싶다’라는 욕구와 인간이 볼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전혀 다른 앵글과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드론의 촬영 규제가 사라지고 장애물 감지 기능 등의 미비점이 보완되면 더 많은 사람이 손쉽게 드론을 활용하고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개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랙야크가 드론을 활용한 필름페스티벌을 후원하는 이유다.

‘Landscape Jeju by Blackyak’ 상을 받은 성진현 감독과 한성진 감독은 이번엔 지구의 천장이라고 불리는 네팔 히말라야산맥으로 떠난다. 블랙야크가 네팔 촬영 기회를 후원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영상을 포함해 총 150여 편의 드론 영상을 제작했다. 블랙야크와 드론의 합작품을 통해 이제 네팔의 하늘 위에서도 아래로 내려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