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27일 금융계열사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매각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신동빈 회장이 추진해 온 지주사 전환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롯데지주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한 끝에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매각 주관사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으로 정했다.

롯데의 금융 계열사 매각은 작년 10월 지주사(롯데지주) 출범 때부터 ‘예정된 수순’이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사가 금융 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는 금산분리 원칙 때문이다. 롯데지주는 출범 2년이 되는 내년 10월 이전에 금융 계열사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 93.78%를 보유 중이다. 또 롯데역사를 통해 롯데손해보험 지분 7.1%를 갖고 있다. 매각 대상에 롯데지주 보유 지분뿐만 아니라 계열사와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또 다른 금융 계열사 롯데캐피탈 매각은 언급하지 않았다. 롯데지주는 롯데캐피탈 지분 25.64%를 보유 중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정리를 해야 한다.

롯데는 당초 금융 계열사 지분을 제3자가 아니라 내부 계열사에 매각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했다. 롯데지주에 속하지 않은 호텔롯데 롯데물산 등에 넘기면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되지 않아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호텔롯데 롯데물산 등도 모두 지주사 체제 안에 편입시켜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매각 결정으로 가닥이 잡혔다.

롯데카드 인수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BNK금융이다. 부산·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롯데와 BNK금융의 유대가 강하기 때문이다. 롯데는 BNK금융지주 지분 11.14%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다만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 등으로 영업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게 변수로 꼽힌다. 롯데손해보험 인수 후보로는 국내 시장 진출을 꾀하는 해외 금융사들이 있다. 두 곳 정도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알려졌다.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은행계 금융사와 사모펀드(PEF) 등도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한편 롯데그룹은 이날 물류 계열사 롯데글로벌로지스에 롯데로지스틱스를 흡수 합병시키기로 결정했다. 합병 물류법인은 매출 3조원 규모다.

안재광/김순신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