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론은 개혁의 싹 자르려는 것"…진보학자도 당황한 김현철 돌출 발언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사진)이 최근 잇따라 제기되는 경제위기론에 대해 “개혁의 싹을 자르려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 보좌관은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경제학회가 공동 개최한 ‘경제 패러다임 전환과 한국 경제 미래’ 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경제성장률이 3.1%에 달하고 있는데도 위기론이 반복되고 있다”며 최근 제기되는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모든 것이 위기라고 하면서 개혁의 싹을 미리 자르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며 “청와대에 있으면서 더욱 더 개탄스러운 것은 단락적 위기론을 (반복)하면서 계속 요구하는 것은 기업 기 살리기라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 기 살리기를 강조하는 신문 기사를 보면 왜 개혁이 중요한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보좌관 발언에 진보학자들조차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재벌 중심 경제의 한계와 패러다임 전환’ 주제발표를 맡은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위기라고 말하는 게 정부에 대한 불신이나 정책 흔들기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정부 주장을 정리하는 게 맞다고 보는데 김 보좌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며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선제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많은 학자들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기업집단 출자 규제’와 ‘구조적 금산분리’ 등 강도 높은 재벌개혁을 주장해온 진보경제학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금융감독체제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가 불참해 그 배경을 놓고 말이 오갔다. ‘금융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한 정책과제’ 발표문에서 전 교수는 금융위원회를 사실상 해체하고 금융위원장도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의 금융감독체제 개편안을 제시할 예정이었다. 이에 KDI는 “특정 인사 문제까지 거론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수정을 요구했고, 전 교수가 이를 거부하고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