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코플러스는 플라스틱 생분해 첨가제와 바이오플라스틱 원료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테코플러스 제공
테코플러스는 플라스틱 생분해 첨가제와 바이오플라스틱 원료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테코플러스 제공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세계적인 문제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하와이섬 사이 북태평양에는 대한민국 면적의 15배가 넘는 쓰레기 섬이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 일회용 플라스틱을 규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2021년까지 해양 오염의 주범인 빨대와 면봉 같은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있다.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드는 테코플러스는 창업 3년 만에 대기업의 협력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유수연 테코플러스 대표는 “지난 4월 수도권에서 ‘비닐 대란’이 벌어진 뒤부터 기업들의 문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며 “7월에는 2주 사이에 국내 모든 편의점 체인에서 샘플을 요청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종량제 쓰레기봉투부터 유아용 식기, 카지노 칩까지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생산해줄 수 있냐는 문의가 이어졌다.

유수연 대표
유수연 대표
새로운 플라스틱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

테코플러스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휴대폰 케이스와 보조배터리 등 액세서리 포장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편의점 체인 CU에 친환경 플라스틱 도시락 용기도 납품한다. 이는 유 대표가 창업 전부터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친 덕분이다.

유 대표는 창업 이전에 일하던 무역회사 신사업개발팀에서 바이오 플라스틱에 주목했다. 그는 “비전이 큰 사업이지만 시장 초기라 완성된 기술이 없었다”며 “작은 회사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2년간 관련 회사를 찾아다니고 각종 전시회에서 발로 뛰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 대부분이 친환경이 아니거나 과장된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 직접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유 대표는 플라스틱 복합생분해 첨가제부터 개발했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T-MBA’는 기존 공정에 변화를 주지 않고도 플라스틱 생산 공정에 1%만 첨가하면 일정 기간 후 물과 이산화탄소로 최종 분해되는 기능성 첨가제다. 6개월에서 60개월까지 분해 시작 시점도 조절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그린라벨 인증도 획득했다. T-MBA는 경쟁사의 비교테스트에서 분해 속도와 성능이 월등하다는 입증도 받았다.

테코플러스는 여세를 몰아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하는 친환경 플라스틱 수지 개발에 나섰다. 플라스틱의 물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아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유 대표는 완전한 생분해성에 집착하기보다 환경에 덜 유해하면서 널리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수지 개발로 가닥을 잡았다.

자연에서 버려지는 코코넛 껍질 등 바이오매스를 재활용해 탄소 저감 친환경 플라스틱 원료를 개발했다. 플라스틱 생산에 들어가는 화석연료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CU에 납품한 도시락 용기는 바이오매스 원료가 40%가량 함유됐다. 기존 플라스틱보다 강도가 20% 향상돼 더 얇게 만들 수 있다.

양산 안정화에 총력

유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각종 인증을 취득하는 데 집중했다. 중소기업은 인지도가 낮다는 약점을 인증 제도로 극복했다. 환경부의 친환경 인증, 미국 농무부의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인증, 독일 식품용품법의 식품용기 적용 적합성 인증 등을 차례로 받았다. 철저한 준비 덕분에 삼성전자와 납품 계약을 할 수 있었다.

테코플러스는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폐지 등 다양한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을 개발할 계획이다. 유럽 공인인증시험기관에서 진행 중인 식물체를 이용한 독성시험도 마무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양산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게 최대 과제다.

유 대표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 수요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에 끊임없이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