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반의 영상분석 플랫폼 ‘트랜스AI’는 부산 광안대교와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델리아이 제공
인공지능 기반의 영상분석 플랫폼 ‘트랜스AI’는 부산 광안대교와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델리아이 제공
부산 해운대의 광안대교 진입로에는 남다른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다. CCTV 제어기가 교통 상황을 촬영하는 동시에 방향별 교통량, 차량 속도, 차 간 거리 등 교통 정보를 실시간으로 계량한다. 해운대 글로벌 스마트시티 실증단지는 수집된 데이터를 토대로 교통 상황을 예측하고 우회도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이곳에 설치된 CCTV 시스템 ‘트랜스AI’는 국내 업체인 델리아이가 개발했다. 트랜스AI가 국내에 설치된 곳은 총 21개 지점이다. 영상분석 전문가로 18년 경력이 있는 정종모 대표는 2011년 델리아이를 창업하고 트랜스AI를 만들었다. 영상분석 엔진은 CCTV의 두뇌에 해당하고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로 꼽힌다.

정종모 대표
정종모 대표
정공법으로 AI 엔진 자체 개발

정 대표는 외산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나 오픈(공개)소스를 이용하지 않고 AI 관련 핵심 엔진을 자체 개발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그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AI가 다양한 조건을 학습해야 한다”며 “해외 환경에 맞게 개발한 AI 알고리즘을 국내에 적용하면 나쁜 교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촬영된 영상 데이터는 갓 태어난 아이와 같다. 사람이나 사물을 봐도 뭐가 뭔지 모르기 때문에 좋은 교재를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델리아이는 창업 초기부터 AI 기술과 머신비전 기술을 활용한 영상분석 솔루션을 개발했다. 품질 분석을 위해 개발한 범용 컴퓨터 비전 솔루션은 지금도 산업 현장에서 사용한다. 이후에도 고령자 얼굴 인식 기술에 기반한 버스 예약 시스템 등을 선보이며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에는 방범용과 교통 데이터 수집용, 재해 감시용 등 수많은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중복 투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AI를 접목하면 한 대의 CCTV를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처럼 직관적으로 판단할 엔진 개발

델리아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스마트시티 사업에서 굵직한 성과를 냈다. 부산 광안대교뿐만 아니라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도 트랜스AI가 설치됐다. 공원 이용객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위험 요소를 감지한다. 흡연과 폭력, 시설물 이상 등을 감지하면 관리자의 스마트폰으로 상황을 전달한다.

트랜스AI는 산업 현장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도 쓰인다. 산업 현장에서 작업자가 안전모를 쓰지 않으면 CCTV가 이를 작업반장에게 알리는 식이다. 공장 굴뚝에서 발생하는 연기로 고생하는 주민들을 위해 연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어장치가 굴뚝 연기를 관리하는 시스템도 있다.

델리아이는 중고 휴대폰을 활용한 획기적인 CCTV 시스템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영상분석 시스템 구현을 업사이클링에서 찾았다. 정 대표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유통된 휴대폰은 71억 대에 달하지만 2년 후에는 이 가운데 상당수가 폐휴대폰으로 버려진다”며 “다양한 센서와 카메라가 달린 중고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새로운 장비 없이도 CCTV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스마트시티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앞으로 기회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은 구체적이다. 말레이시아 현지 법인을 통해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말레이시아 최초의 스마트 주차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스페인 바르셀로나 ‘CVC 컴퓨터 비전센터’와 공동 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유럽 시장에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정 대표는 “사람처럼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엔진을 개발하는 게 단기적인 목표”라며 “엔진 처리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기술을 계속 향상하겠다”고 밝혔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