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에는 반도체 업황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꺾일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두 기업을 포함한 전체 상장사의 영업이익도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익도 내년 상반기엔 줄 듯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컨센서스가 있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52곳)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0.6% 늘어난 31조3867억원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2분기 영업이익도 0.1%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재로선 소폭이나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증권사의 컨센서스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실제 영업이익은 줄어들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한국 경제에서 비중이 큰 반도체 업종의 약세로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내년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올해 1분기보다 7.0% 감소한 14조5446억원, 2분기는 4.4% 줄어든 14조2171억원이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내년 1분기엔 10% 늘겠지만, 2분기(4조8098억원)엔 전년 동기 대비 13.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4분기에는 각각 7.2%와 35.2% 늘어나겠지만 내년 1, 2분기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다.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글로벌 반도체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고, D램 가격이 지난달 2년4개월 만에 떨어져 반도체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민감주인 반도체 업종은 실적이 꺾일 때 감소폭이 예상보다 큰 경우가 많다”며 “내년 상반기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보다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에 정보기술(IT) 업종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등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177.9% 증가한 2000억원이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체 삼성전기의 영업이익도 내년 1, 2분기에 각각 151.6%, 96.4%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부진했던 자동차 업종은 기저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9% 증가한 8850억원이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재고 부담을 줄이며 내년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2017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