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할인 경쟁엔 대형마트 백화점 등 오프라인 업체들도 가세했다. 작년보다 할인폭과 물량을 대폭 늘리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 11월 초반 실적으로만 보면 ‘특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블랙이오’라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지난 1일부터 시작한 이마트 매출은 8일까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4% 증가했다. 신선식품 매출 증가율은 32.6%에 달했다. 가전 부문 판매 증가율(28.9%)도 높은 편이다. 전 품목을 40% 할인 판매하는 한우는 평소보다 10배 많은 100억원 이상 판매됐다.

롯데마트에서도 이 기간 한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7% 증가했다. 특히 1등급 한우는 매출이 약 61% 늘었다. 이 밖에 과일 18.3%, 수산물 17.7%, 수입육 4.8%, 채소 3.9% 등 신선식품 전 품목에 걸쳐 매출이 증가했다.

백화점에선 세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매출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빅3’의 1~8일 매출은 세일이 없었는데도 전년 동기보다 3.2~6.9% 늘었다.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연말 세일 행사를 앞두고 있는 11월 초는 통상 쉬어가는 기간인데 이례적으로 영업 상황이 좋다”며 “온라인과 대형마트의 행사 분위기가 백화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오프라인 영업 실적이 호조를 보이는 데는 중국 광군제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 앞서 국내 유통사들이 선제적 대응에 나선 영향이 크다. 해외 직구(직접 구매)로 국내 소비 수요가 해마다 해외로 빠져 나가자 국내 유통 기업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서만 누릴 수 있던 할인 혜택을 내놓고 있어서다.

복잡한 통관 절차, 몇 주 기다려야 하는 배송 기간, 언어 소통의 어려움 등 해외 직구의 번거로움을 국내 유통 업체들이 파고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11월부터 연말까지는 돈을 좀 쓰는 시기’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유통 업체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정부 주도의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없애고, 기업들의 자발적인 행사가 잇따르는 11월을 쇼핑의 달로 자연스럽게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 주도의 11월 할인 행사가 안착하고 있는데, 굳이 비슷한 행사를 정부 주도로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11월은 원래 미국 등 서구권에서 벌어지는 할인 행사 기간이었는데, 중국이 광군제를 하면서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도 11월 할인 행사를 기대하고 있는 만큼 민간 주도 행사를 확산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