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생리대를 탄생시킨 유기농 생리대 업체 ‘라엘(RAEL)’이 프리츠커그룹 밴처캐피털, 미래에셋벤처투자, 롯데쇼핑 등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대규모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미국에서 한인 여성 동포 3명이 ‘여성을 위한 제품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해 설립한 이 회사는 설립 2년 만에 기업가치가 1000억원대로 치솟았다.
(왼쪽부터) 아네스 안, 백양희 라엘 공동대표와 원빈나 최고제품책임자. 라엘 제공
(왼쪽부터) 아네스 안, 백양희 라엘 공동대표와 원빈나 최고제품책임자. 라엘 제공
8일 벤처캐피털(VC)업계에 따르면 라엘은 1750만달러(약 200억원) 규모의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라엘은 미래에셋벤처투자와 GS리테일이 공동으로 조성한 펀드에서 주도한 이번 투자에서 8300만달러에 달하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라엘은 신상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과 해외시장 판로 확대에 쓸 실탄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투자에는 해외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면도날 정기배송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달러 셰이브 클럽’의 초기 투자사로 유명한 프리츠커그룹과 화장품 브랜드 ‘닉스(NYX)’를 2014년 로레알에 5000억원에 매각한 토니고가 주요 주주로 합류했다.

국내에서는 롯데쇼핑을 비롯해 네이버가 990억원을 출자해 세운 TBT파트너스도 자금을 넣었다. 라엘은 기존 주주인 미국 유통업체 스라이브마켓과 소프트뱅크벤처스, 에이티넘파트너스 등에 더해 막강한 우군을 얻게 됐다는 평가다.

라엘은 2016년 미국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던 아네스 안, 제품 디자이너 원빈나, 디즈니 영화사 배급팀 디렉터 출신인 백양희 씨 등 3명의 한인 여성이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아마존에서 다양한 상품을 테스트한 끝에 유기농 생리대에 올인했다. 아네스 안 공동대표는 “여성 건강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생리대의 안전성에는 소홀하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아마존이라는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라엘은 ‘건강한 생리대’라는 콘셉트를 앞세워 생리대 시장에서 새바람을 일으켰다. 순면을 사용한 뛰어난 착용감도 입소문을 탔다. 라엘은 아마존에서 상품 출시와 동시에 20만 팩을 판매해 유기농 생리대 판매부문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전체 생리대 부문에서도 아마존 1위에 올라섰다. 프록터앤드갬블(P&G) 등 공룡 기업을 물리치고 이뤄낸 쾌거다.
라엘이 선보인 유기농 생리대 제품. 라엘 제공
라엘이 선보인 유기농 생리대 제품. 라엘 제공
지난해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며 불거진 ‘생리대 파동’으로 한국 소비자들도 아마존 직구 행렬에 가담하고 있다.지난해 20억원을 기록한 이 회사 매출은 올해 10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한국에 지점을 낸 라엘은 일본, 인도네시아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온라인 판매를 기반으로 전 세계 오프라인 유통망도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국내에선 티몬, 롯데쇼핑, GS리테일 등을 파트너로 삼았다. 생리대를 시작으로 여성을 위한 다양한 제품을 발굴해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여드름 제거 패치는 이미 미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생리대는 여성의 90%가 반드시 사용하는 제품”이라며 “라엘은 ‘건강한 생리대’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통해 글로벌 대기업의 아성을 깨뜨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