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통기업 아마존이 미국 시애틀에서 운영하는 세계 최초의 무인매장 ‘아마존고’에서 한 외국인이 신라면블랙을 구매하고 있다. 신라면블랙은 아마존 온라인몰 등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봉지라면으로는 유일하게 이곳에 입점했다.  /농심 제공
글로벌 유통기업 아마존이 미국 시애틀에서 운영하는 세계 최초의 무인매장 ‘아마존고’에서 한 외국인이 신라면블랙을 구매하고 있다. 신라면블랙은 아마존 온라인몰 등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봉지라면으로는 유일하게 이곳에 입점했다. /농심 제공
농심 신라면이 수출되는 국가가 100개국을 돌파했다. 국내외에서 연간 약 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식품 한류의 대표주자다. 신라면블랙도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아마존고에서 판매돼 화제가 된 이후 대만 필리핀 홍콩 등으로 판매망을 확대하며 주목받고 있다. 신라면과 신라면블랙을 중심으로 농심의 ‘신(辛)콤비’가 세계를 무대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美 대형마트에서 성공한 신라면 콤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올 10월 공개한 ‘글로벌 매운맛 식품 보고서’에 따르면 신라면의 미주 지역 매출은 2015년 6000만달러에서 2016년 6500만달러, 지난해 7600만달러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신라면의 매출 호조에 농심의 올해 미국 매출이 반기 실적으로는 처음으로 1억달러를 넘어섰다. 농심아메리카(미국법인)는 상반기 약 1억900만달러의 실적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3% 성장했다.

글로벌 유통기업 아마존이 미국 시애틀에서 운영하는 세계 최초의 무인매장 ‘아마존고’에서 한 외국인이 신라면블랙을 구매하고 있다. 신라면블랙은 아마존 온라인몰 등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봉지라면으로는 유일하게 이곳에 입점했다.  /농심  제공
글로벌 유통기업 아마존이 미국 시애틀에서 운영하는 세계 최초의 무인매장 ‘아마존고’에서 한 외국인이 신라면블랙을 구매하고 있다. 신라면블랙은 아마존 온라인몰 등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봉지라면으로는 유일하게 이곳에 입점했다. /농심 제공
신라면의 이 같은 매출 성장은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마켓 중심의 미국 주류 유통시장에서 거둔 성과 덕분이다. 농심이 이들 유통매장에서 지난해 올린 매출은 전년보다 약 25%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3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농심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미국 월마트 전 점포에 신라면을 입점시켰다. 올해도 코스트코, 크로거 등 미국 메이저 유통사에 신라면 전점 입점을 목표로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

신라면은 한인 중심의 시장에서 벗어나 미국 소비자들이 먼저 찾는 대표 한류 식품이 됐다. 미국 3대 라면 제조사로 자리잡은 농심은 신라면을 중심으로 일본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미국 라면시장 1위는 일본의 동양수산(46%)이며, 2위는 일청식품(30%), 3위가 농심(15%)이다. 농심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2%에 불과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일본 라면을 따라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라면블랙은 미국 시애틀 아마존고 매장에서 봉지라면으로는 유일하게 팔리고 있다. 아마존고는 글로벌 유통기업 아마존이 선보인 세계 최초의 무인매장이다. 아마존은 철저한 판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라면블랙을 정식 입점시켰다. 월마트와 아마존 등에서 팔리고 있는 신라면블랙의 영향력을 인정한 결과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은 미국 소비자뿐만 아니라 미 국방부 등 정부기관에서도 먼저 찾는 인기 식품이 됐다”며 “한국의 맛 그대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14억 중국 입맛도 사로잡아

농심은 한국의 매운맛 신라면을 중심으로 세계 최대 시장 중국 대륙에서 선전하고 있다. 농심이 중국사업을 시작한 지 20년째인 올해 매출은 초기보다 40배 커졌다. 그 배경에는 한국의 맛을 그대로 전파한 신라면이 있다. 신라면은 중국에서 현지 제품과 타협하지 않고 고유의 맛으로 승부해 시장에 안착했다.

농심은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1000여 개의 신라면 영업망을 중심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중국에서 신라면은 단순한 한국 라면을 넘어 공항, 관광명소 등에서 판매되는 고급 식품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농심 관계자는 “중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한국 특유의 얼큰한 맛이 중국인들이 신라면을 찾는 가장 큰 이유”라며 “신라면의 빨간색 포장과 매울 신(辛)자 디자인을 두고 중국인들도 종종 자국 제품이라고 여길 정도”라고 설명했다. 신라면은 2018년 인민일보 인민망이 발표한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 명품’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신라면배 바둑대회를 매년 중국에서 열어 14억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도 신라면의 성장에 기여했다. 올해 10월 열린 제20회 대회 때도 중국 CCTV가 직접 취재해 보도할 정도로 중국 내 신라면 위상이 높아졌다.

100개국에서 식품 외교관 역할

신라면은 식품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중국은 물론 유럽의 지붕인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중동 및 아프리카,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아레나스까지 세계 방방곡곡에서 판매되고 있다. 올 2월에는 스위스 마테호른에서도 신라면 판매가 시작됐다.

국내 전 항공사 기내식 공급 체계도 갖췄다. 신라면의 인기가 높아지자 이를 기내식으로 공급하는 외국 항공사 수도 20곳을 넘어섰다. 과거에는 한국을 오가는 노선에서만 신라면이 공급됐지만, 지금은 해외 노선에서도 신라면을 만날 수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신라면블랙이 앞서 나가고 있다. 신라면블랙은 전첨과 후첨 양념스프로 국물맛을 진하게 살리고, 2배 이상 늘린 건더기가 특징이다. 용기면인 신라면블랙사발은 지난 5월 대만 내 3000여 개 패밀리마트 전 점포에 입점했다. 대만 1위 대형마트인 까르푸 입점도 앞두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세븐일레븐 2300여 개 전 점포에서 팔린다. 이외에 홍콩 베트남 태국 등 주요 라면시장으로의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