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방산업체인 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7억7700만달러(약 8810억원) 규모의 미사일 방어체계인 LRSAM을 인도 해군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바다 위 군함에서 반경 70㎞ 내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첨단 무기다. 이스라엘은 정부예산 대비 국방비 비중이 15% 수준으로 한국과 비슷하지만, 글로벌 방산 수출 시장 점유율은 2.2%로 한국(0.7%)의 3배를 웃돈다. 이스라엘 정부가 허가와 보안감독을 제외하고 방산 업체의 규제를 최소화한 결과라는 게 방산업계의 분석이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예비역 준장·육군사관학교 28기)은 “주요 무기의 국산화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풀어야 수출도 늘릴 수 있다”며 “청와대가 직접 나서 방산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기 국산화율 5년째 제자리…청와대에 컨트롤타워 세워야"
국산화율부터 높여야

6일 방산 업체들의 모임인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방산물자 국산화율은 66.3%로 전년(66.1%)보다 0.2%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방산물자 국산화율은 2013년(63.2%) 이후 5년째 60% 수준을 맴돌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방 연구개발(R&D) 예산이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일본의 국산화율은 90%에 달한다.

방산업계에서는 “국산화율이 이렇게 낮은데 어떤 국가가 한국 무기를 수입하려 들겠느냐”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독자적으로 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안상남 방위산업진흥회 대외협력팀장은 “품질에 문제가 생기거나 개발이 지연되면 ‘방산비리’부터 떠올리는 사회적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며 “미국에서는 개발 지연을 시행착오 정도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성능요구조건(ROC)과 촉박한 개발 기간도 국산화율이 낮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로템의 차기 전술교량 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전술교량은 전시에 다리가 끊어졌을 때 임시로 설치하는 다리다. 현대로템은 2003년 군(軍)의 요청에 따라 60m짜리 교량 개발에 들어갔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에 부딪혀 60m급이 아니라 53m급 교량 개발에 성공했다. 방위사업청은 목표치에 미달했다며 예산 204억원을 환수해갔다. 당초 지급한 예산 162억원을 웃돈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53m급도 세계 최고 수준(55m)에 근접한 것”이라며 “지나치게 엄격한 요구 조건과 까다로운 기준 탓에 한국 방산 업체들의 사기가 꺾이고 충분한 능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방산 컨트롤타워 꾸려야

방위산업 전반을 아우를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에 방산담당 비서관을 신설하거나 국무총리실 산하에 방산통합센터를 둬야 한다는 제안이 방산업계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들 부서에서 방위산업 정책 입안과 제도 전반에 대한 조정부터 감사까지 한 묶음으로 처리해야 통합적인 방위산업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국방부와 방사청 등 국방 관련 부처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산업 관련 부처와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방산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청와대 정책실장 산하에 방산 비서관 자리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년 호주로부터 390억달러(약 44조3000억원) 규모의 잠수함 사업을 수주한 프랑스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매달 ‘방산 수출 현안회의’를 열고 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방위산업위원회’를 분기별로 개최하는 러시아는 지난해 무기 수출액이 153억달러(약 17조3800억원)로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일본은 방위성, 재무성, 외무성, 경제산업성 등 4개 부처 장관들의 협의를 통해 방산정책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다.

방산제품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개방형 직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보잉 수석 부사장 출신인 패트릭 섀너핸을 국방부 2인자인 부장관에 임명했다. 섀너핸은 보잉 미사일방어체계(MD) 분야 부사장으로 일하면서 V-22 오스프리 수직 이착륙기와 AH-64D 아파치 공격용 헬기 등 육군 항공기 개발 업무에 관여했다. 방산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을 앞세워 글로벌 방산시장에서의 기득권을 유지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게 미국의 의도라는 분석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