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사이의 화해·협력 분위기를 방위산업의 체질 개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급한 안보 위협이 감소하는 만큼 장기적인 연구개발(R&D)에 집중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남북 화해 무드, 방위산업 체질 개선할 기회"
세계 방위산업의 전환점으로 꼽히는 1991년 소련 해체가 대표적이다. 탈냉전이 가속화하자 미국과 유럽 등은 국방 예산을 30% 이상 줄였다. 대신 방위산업의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 미국은 방산 업체의 절반을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기업이 세계 1, 2위 방산 업체인 록히드마틴과 보잉이다. 영국도 원가보상제도 폐지 등 혁신 정책을 펼쳐 세계 3위 방산 업체인 BAE시스템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R&D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무기체계를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그동안 핵과 미사일 등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들끓는 국민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사전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외국산 무기를 도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방산 국산화율이 제자리걸음을 한 주요인이다. 앞으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수출을 고려하고, 국산화 비율도 함께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산화가 필요한 분야로는 항공 전자장비와 전차 파워팩(엔진+변속기), 전투기 엔진 등이 꼽힌다.

해외 업체와 무기를 공동 개발하는 사업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산을 절감하면서도 최신 무기를 개발할 수 있어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방부가 시행 중인 무기 개발 사업 160여 건 가운데 국제 공동 개발 사업은 한국형 전투기(KFX)사업 1개뿐이다. 유럽 방산 선진국인 프랑스는 방위력 개선비 중 국제 공동 개발 예산이 25%에 달한다. 방위력 개선비 가운데 일부를 국제 공동 개발 사업에 쓰도록 할당하거나 공동 개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예산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주자는 의견도 있다.

탱크와 대포 등 재래식 무기 대신 드론(무인항공기)과 로봇 등 첨단 무기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국방성의 내부 통신망이 인터넷으로 진화한 것처럼 방산 기술은 다른 산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방산업계가 개발 중인 웨어러블 로봇(사람이 입는 로봇)은 군대뿐만 아니라 일반 근로자 및 노약자, 장애인용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비살상 무기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대형 쟁기와 굴삭팔을 이용해 지뢰를 제거하는 현대로템의 장애물개척전차가 대표적이다. 지난 7월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적합 판정’을 받은 이 장비는 2020년부터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 제거 임무에 쓰일 예정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