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신오쿠보의 화려한 부활
K팝-화장품-음식의 연결고리
10·20대 日 소녀들 '新 한류'에 열광
도쿄 코리아타운이 K팝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이같은 부활은 정치와 역사적 관계에 덜 민감하고 한국 가요나 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일본 10·20대 등 '신(新) 한류 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치즈닭갈비'와 '삼겹살'을 판매하는 도쿄 코리아타운 거리. /사진=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도쿄 코리아타운이 K팝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이같은 부활은 정치와 역사적 관계에 덜 민감하고 한국 가요나 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일본 10·20대 등 '신(新) 한류 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치즈닭갈비'와 '삼겹살'을 판매하는 도쿄 코리아타운 거리. /사진=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지난 1일 오후 3시 도쿄 신주쿠구(區) 신오쿠보의 코리아타운거리. 한국어 간판을 내건 음식점, 카페, 화장품점에 일본인 손님들이 붐볐다. 이들 매장 안에는 방탄소년단(BTS), 아이콘(iKON), 블랙핑크(BLACKPINK) 등 한국 아이돌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곳에서 만난 하라다 사야카(22) 씨는 "트와이스(TWICE·한국 여성 9인조 아이돌 그룹) 노래를 즐겨듣다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신오쿠보 코리아타운 거리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도쿄 코리아타운(신오쿠보에 위치)이 'K팝'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이같은 부활은 정치와 역사적 관계에 덜 민감하고 한국 가요나 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일본 10·20대 등 '신(新) 한류 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K팝 가수를 통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접하고 이들이 바르는 화장품을 찾고, 이후에는 한국 음식에까지 관심을 갖게 되는 흐름이다.

신오쿠보 거리는 2012년 독도 영유권 문제를 발단으로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텅텅 비기 시작했다.

당시 이곳에서 음반점을 운영했던 한 모 씨(45)는 "손님은 커녕 일본 극우주의자들이 몰려와 '혐한' 발언을 쏟아붓는 일이 다반사였다"며 "상점 주인들이 한국어가 써있는 간판은 대부분 내리고 일본어로 다시 제작하는 일도 많았다"고 떠올렸다.

신오쿠보 거리의 부활은 악화 일로로 치닫던 한·일 관계가 점차 봉합되고 1세대 K팝 아이돌에 이어 2세대 아이돌이 인기를 끌면서 만들어지고 있다. 발단은 '치즈닭갈비'. 아이돌 가수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들이 강남, 명동 등에서 치즈닭갈비를 접하면서다.

신오쿠보에서 가장 오래된 한국 상점 중 하나인 '서울시장'에서 치즈닭갈비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코리아타운 거리에는 닭갈비 매장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서울시장의 한 매장 직원은 "한국식 매운 맛과 치즈의 부드러움이 일본인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며 "치즈닭갈비의 인기 때문에 일본 방송국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취재를 다녀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치즈닭갈비의 인기는 '못난이핫도그'로 옮겨지고 있다. 이 역시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관광객들의 최고 인기 여행지인 홍대입구거리, 인사동, 북촌한옥마을에서 유행하던 음식이 넘어온 경우다.

이곳의 한 핫도그 매장 관계자는 "최근까지 케밥(터키의 대표 음식) 장사를 했는데 얼마 전 못난이핫도그로 업종을 바꿨다"며 "신오쿠보에 오는 일본인 손님들은 우선 못난이핫도그부터 들고 관광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도쿄 코리아타운이 K팝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이같은 부활은 정치와 역사적 관계에 덜 민감하고 한국 가요나 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일본 10·20대 등 '신(新) 한류 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코리아타운거리 초입에 있는 '못난이핫도그' 가게 앞에 일본 손님들이 줄을 서있다. /사진=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도쿄 코리아타운이 K팝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이같은 부활은 정치와 역사적 관계에 덜 민감하고 한국 가요나 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일본 10·20대 등 '신(新) 한류 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코리아타운거리 초입에 있는 '못난이핫도그' 가게 앞에 일본 손님들이 줄을 서있다. /사진=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한국 화장품도 인기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에뛰드하우스 같은 10·20대 여성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들이 대표적이다.

신오쿠보 거리의 한국 화장품 가게인 '총각네'를 찾은 이시다 신이치(19) 씨는 "제품의 종류가 많고 가격도 저렴해서 자주 이곳을 찾는다"며 "저같이 K팝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은 한국 아이돌처럼 화장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들은 소위 한국식 쿠션, 틴트, 아이펜슬류를 주로 찾는다. 대부분 한국 여성 아이돌들이 주로 쓴다고 소문난 제품들이다.

아모레퍼시픽 일본법인 관계자는 "일본의 10·20대 세대들은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해 다양한 색깔과 트렌디함을 선호한다"며 "이들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다채로운 색상을 활용한 제품들을 주로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에뛰드하우스의 최근 3년 매출 증가율은 27%, 32%, 35%다.

한국 음식과 화장품의 인기의 접점이 되는 것은 역시 K팝이다. 신오쿠보 거리에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워너원의 굿즈(기념품)를 판매하는 매장들에는 어김 없이 일본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또 카페나 화장품 매장에는 '사랑을 했다'(아이콘)나 '뚜두뚜두'(블랙핑크) 같은 한국 아이돌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도쿄 코리아타운이 K팝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이같은 부활은 정치와 역사적 관계에 덜 민감하고 한국 가요나 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일본 10·20대 등 '신(新) 한류 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신오쿠보의 부활을 취재하고 있는 도쿄 한 방송사가 코리아타운을 찾은 일본 관광객을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도쿄 코리아타운이 K팝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이같은 부활은 정치와 역사적 관계에 덜 민감하고 한국 가요나 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일본 10·20대 등 '신(新) 한류 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신오쿠보의 부활을 취재하고 있는 도쿄 한 방송사가 코리아타운을 찾은 일본 관광객을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일본에서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연예인의 대형 사진이 걸리는 것으로 유명한 도쿄 시부야역 앞에는 조만간 일본에서 공연을 진행할 '동방신기'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도쿄(東京)=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