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서 명품시계 롤렉스를 살 수 있는 권리가 거래되고 있다. 롤렉스가 지난 7월 예약제도를 폐지한 뒤 중고시계 가격이 신상품보다 비싸지는 이상 현상이 나타난 데 이어 자본시장의 ‘옵션’ 같은 거래가 명품시계 시장에도 등장한 것이다.

롤렉스 '살 수 있는 권리'까지 거래된다고?
최근 명품시계 중고거래 사이트엔 롤렉스의 ‘서브마리너 데이트’ 검은색 모델을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상품 사진은 없이 ‘국내 백화점 스탬핑 제품’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이 판매자는 “1년 전 백화점에 웨이팅(예약)을 걸어 놨는데, 상품이 방금 입고됐다고 전화가 왔다”며 “같이 대구의 백화점에 가면 살 수 있다”고 적었다. 판매 가격은 1250만원으로 돼 있다. 이 시계의 신상품 가격은 1000만원. 살 수 있는 권리(옵션)에 250만원을 붙인 셈이다.

전국 백화점을 돌며 막 입고된 롤렉스 시계를 구입한 뒤 최대 40%의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사이트엔 롤렉스 ‘그린 서브마리너’의 새 제품이라며 1400만원의 가격을 붙여 놓은 글도 있다. “국내 스탬핑 10월 제품으로 (시계)줄조차 줄이지 않았다”고 돼 있다. 다른 중고 매물 소개엔 “보증서에 산 사람 이름을 적지 않았다”고 돼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시계를 사면 팔목에 맞게 메탈로 된 줄을 조정하고 산 사람 이름을 적어 워런티를 받는 게 일반적”이라며 “줄도 줄이지 않고 이름을 공란으로 비워둔 건 되팔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부 롤렉스 매장에선 물건을 구매하면 반드시 줄을 조정하도록 판매 정책을 바꾼 곳도 있다.

일부 중고 사이트에선 롤렉스 쇼핑백이 5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이 같은 비정상적 거래 행태는 롤렉스가 예약제도를 일방적으로 폐지하면서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품의 희소성을 높이면 중고품 가격이 올라가고, 기존 고객 충성도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