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파리국제식품박람회에서 수출상담을 하고 있는 송주현 바다숲 대표(왼쪽 사진 가운데). 천일염을 디저트용 소금으로 개발해 화제를 모은 해여름의 한규모 대표(오른쪽 사진 왼쪽)와 직원들. /김보라 기자
2018 파리국제식품박람회에서 수출상담을 하고 있는 송주현 바다숲 대표(왼쪽 사진 가운데). 천일염을 디저트용 소금으로 개발해 화제를 모은 해여름의 한규모 대표(오른쪽 사진 왼쪽)와 직원들. /김보라 기자
“아~감태가 김과 같은 거군요. 야채랑 밥을 넣어 둘둘 말아 먹으면 되겠네요.”

24일 프랑스 파리 노르빌팽에서 열린 ‘2018 파리국제식품박람회(SIAL파리)’. 한국관의 ‘바다숲’ 부스를 찾은 유럽 바이어들은 감태 제품을 보며 송주현 바다숲 대표에게 이같이 말했다. 또 유기농인지, 채식 식단에 맞는 제품인지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김 맛을 이미 알고 있는 유럽인들은 감태를 맛본 뒤 김과 비슷한 식품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

SIAL파리는 ‘유럽의 주방’이라 불린다. 세계 각국의 모든 식재료가 한자리에 모인다. 대형마트 등 유통회사와 레스토랑 경영자 등 식품업계 큰손 15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400여 종의 사과, 700여 종의 감자를 먹는 유럽인에게 이 박람회는 새로운 식재료를 찾아나서는 모험과도 같다. 한국관은 올해 SIAL파리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98개의 참여업체 중 △유럽 식문화를 반영한 식품 △건강에 좋다는 점을 강조한 레시피 △먹기 편하게 제조한 간편식 등에 바이어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감태와 와인…캐러멜도 개발한 바다숲

바다숲은 충남 서산에서 1980년부터 수산물을 가공해온 송원식품의 브랜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던 송 대표는 아버지 송철수 명인이 주로 B2B(기업 간 거래)로 납품하던 감태를 세계화하겠다는 목표로 4년 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송 대표는 SIAL파리에 나오면서 감태 레시피북을 제작하고, 감태 캐러멜 등도 개발했다. 레시피북에는 감태 달걀말이, 감태 감자전, 토마토와 치즈를 곁들인 감태 카프레제, 오이감태 샐러드 등 20가지의 감태 요리법이 담겼다.

부스에는 화이트와인을 함께 곁들였다. 그는 “감태 맛을 쉽게 접해볼 수 있도록 한 뒤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예상보다 많은 외국인이 감태 맛을 낯설어하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에서 바다숲은 파리 고급 레스토랑, 이탈리아 스시 레스토랑 식자재 공급 업체 등 다수의 바이어와 계약을 맺었다.

◆간편식 잡채·홍삼 천일염도 각광

30년간 한정식집을 운영한 남도애꽃의 정미자 대표는 올해 취나물과 시래기나물 페스토를 만들어 출품했다. 전자레인지에 조리하는 가정간편식(HMR) ‘브로콜리 냉동잡채’도 호평받았다. 정 대표는 “외국인도 조리하기 쉽게 개발했는데 현장에서 만난 유명 셰프들이 맛본 뒤 극찬해 한식 연구를 해온 보람을 느꼈다”며 “세계인들이 건강한 음식을 추구하는 것은 똑같고, 그런 면에서 한식의 경쟁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영국인 바이어 스콧 하디는 “런던의 한국 식당에서 먹던 ‘글래스 누들’을 전자레인지에 잠깐 데워 집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게 신선했다”며 “맛도 식당에서 먹던 것에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천일염 업체 해여름은 천일염에 감귤과 블루베리 등을 넣어 디저트용 소금으로 쓸 수 있도록 개발해 주목받았다. 현장에서 10만달러의 수출계약도 이뤄졌다. 한식에서 소금은 음식 간을 맞추고 재료를 절이는 데 사용하지만 유럽에선 양념 개념이 강하다. 한규모 해여름 대표는 “천일염 본고장이 프랑스인데 이 시장에 도전하면서 과일이나 흑마늘, 홍삼, 송로버섯 등의 재료를 섞어 맛은 신선하게 바꾸되 패키지를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친숙하게 만들었다”며 “프리미엄 소금 시장인 유럽에서 한국의 천일염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파리=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