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해외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적대적 경영개입에 국내 기업이 맞설 수 있도록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보호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8일 행동주의 헤지펀드 관련 데이터 조사업체 액티비스트인사이트의 연간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최근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적대적 경영개입이 급증하면서 국내 기업에 대한 공격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기업의 지분을 확보한 뒤 자산 매각,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 등 경영간섭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투기 펀드를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2013년 상반기 275개에서 올 상반기 524개로 90%가량 급증했다. 이들 펀드가 공개적으로 경영에 개입한 기업도 2013년 570개에서 지난해 805개로 41% 늘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표적에는 애플, P&G 등 글로벌 기업도 포함됐다.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아시아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아시아 기업을 겨냥한 경영개입 횟수는 2011년 10회에서 2017년 106회로 늘었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이어 올해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개입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대표적이다.

한경연 관계자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목표는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아니라 단기 시세 차익 구현에 맞춰져 있다”며 “행동주의 펀드 개입 후 성장한 기업보다는 경영 안정성을 침해당한 기업을 찾기가 더 쉽다”고 말했다.

한경연은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한국 기업은 이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경영개입 성향을 고려할 때 한국도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을 본격 논의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