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가 추진중인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의 수혜를 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엘리엇의 한국에서의 패배가 승리로 바뀔 수 있다’는 기사에서 “엘리엇의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한 공격은 장기전으로 바뀌었지만, 한국 정부의 재벌 개혁 압력은 승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폴 싱어가 이끄는 자산 350억달러 규모의 엘리엇은 지난 4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에 대해 10억달러 이상 투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3개사 주식은 평균 23% 하락했다.

최근 발표된 현대차 등의 지난 3분기 실적은 주가 하락세를 부추겼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76% 감소했다. 에어백과 엔진 결함 관련 리콜 비용을 5000억원 가량 반영해서다. 게다가 주력 시장인 중국, 한국, 미국에서의 판매량도 부진했다.

WSJ은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실적 개선을 꾀하기보다 지배구조 개편에서 큰 수익을 거두려고 하고 있다”며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지분구조를 바꾸면 숨겨진 가치가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은 이미 작은 승리를 거뒀다. 현대차는 엘리엇의 공격 이후 약 1조원대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또 현대모비스는 엘리엇이 반대해온 애프터서비스 사업 매각을 포기했다. WSJ은 “한국 정부는 재벌들에게 최대주주 일가가 그룹을 지배할 수 있게하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조만간 지분 구조를 개편해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작업이 구체화되면 핵심 회사인 현대차 지분 21%를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부각될 수 있다. 엘리엇을 포함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대모비스 주식을 50% 가까이 갖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