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사상 최악 수준의 경영 실적을 내놨다. 올 3분기(7~9월) 영업이익(2889억원)이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적용된 이후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76.0%나 줄었다.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에 환율 악재(원화 강세 및 신흥국 통화 약세)가 더해졌고, 5000억원 규모의 충당금 및 일회성 비용까지 발생했다.
'트리플 악재' 직격탄 맞은 현대차…1兆 벌던 車부문 겨우 적자 면했다
◆4분기째 영업익 1조원 밑돌아

현대차는 올 3분기에 매출 24조4337억원, 영업이익 2889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0% 늘었고, 영업이익은 76.0% 급감했다. 이 회사의 분기별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부터 네 분기 연속 1조원을 밑돌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꾸준히 5% 수준을 기록했던 영업이익률은 1.2%로 떨어졌다. 올 하반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당초 기대도 꺾였다. 시장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9496억원)와 비교하면 ‘참사’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현대차의 3분기 실적을 부문별로 들여다보면 더욱 심각하다. 자동차부문은 4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간신히 적자를 면한 수준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다. 현대차 자동차부문은 과거 분기당 1조원 안팎의 이익을 기록해왔다.

현대차는 판매 부진과 환율 악재, 일회성 비용 탓에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최병철 재경본부장(부사장)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성장이 둔화됐고, 원화 강세 및 신흥국 통화 약세라는 악재가 더해졌다”며 “여기에 미국 시장의 에어백 제어기 리콜(결함 시정) 비용과 엔진 진단 신기술(KSDS)을 기존 차량 일부에 적용하는 데 드는 비용 등이 50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연간 판매대수는 2014~2015년 500만 대에 육박했지만 지난해 450만 대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도 나아질 기미는 없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원화 강세와 러시아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 통화 약세도 현대차의 발목을 붙들고 있다. 올 3분기 원·루블화와 원·헤알화 환율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0.8%, 20.4% 떨어졌다.

◆“품질 비용 선제 반영”

KSDS는 차량에 장착된 진동 감지 센서를 활용해 운전 중 엔진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이상 신호를 감지해 운전자에게 미리 알려주는 장치다. 현대차는 내년에 내놓는 차량부터 이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이미 판매한 차량 일부에 적용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향 현대차 글로벌품질전략사업부장(상무)은 “경영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추가비용이 발생했지만 엔진 품질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자는 차원에서 기존 판매 차량에도 일부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에어백 리콜은 지난 2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 신고되면서 확인된 제어기 회로 손상을 해결하기 위해 이뤄진다. 대상 차량만 60만 대에 달한다. KSDS 적용으로 4000억원, 에어백 리콜로 10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충격적인 실적’을 내놓은 배경을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고질적인 ‘고임금·저효율’ 구조가 한계에 다다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당분간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1조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계속 내는 건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며 “당장 판매량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데다 미국 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20~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악재도 많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품질 관련 비용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만큼 4분기 이후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현대차는 4분기 이후 실적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최병철 부사장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차 수요가 늘어날 전망인데 현대차 역시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 및 SUV 신차를 잇따라 공개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하는 동시에 모델별 부품을 공유할 계획이어서 비용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