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2019년판 미쉐린가이드 서울’ 발표회에서 올해 별을 받은 26개 레스토랑 셰프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2019년판 미쉐린가이드 서울’ 발표회에서 올해 별을 받은 26개 레스토랑 셰프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식당 라연과 가온이 3년 연속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됐다. 올해 5곳이 새롭게 스타 레스토랑에 진입했다.

미쉐린코리아는 18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쉐린가이드 서울 2019’에 이름을 올린 레스토랑 명단을 발표했다. 모수·무오키·한식공간·이종국104·스테이 등은 새롭게 1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됐다. 지난해 1스타 레스토랑이었던 알라프리마와 밍글스는 별 하나씩을 추가했다. 전체 레스토랑 수는 지난해 175곳에서 16곳이 늘어난 총 191곳이다.

◆118년 역사의 미식 평가서

미쉐린가이드 서울편은 올해로 세 번째다. 한국관광공사와 프랑스 타이어회사 미쉐린이 계약을 맺고 5년간 20억원을 지원해 발간 중이다. 하지만 이 가이드가 한식의 맛과 문화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정 방식이 가장 논란을 빚고 있다. 미쉐린 측은 평가기준 5가지 △재료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창의성 △가격의 합리성 △메뉴와 맛의 일관성 등을 제외하고 평가 진행 방식을 공개하지 않는 ‘비밀주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의 평가단도 국적과 전문성 등이 확인된 바 없다. 첫해 미쉐린가이드 서울에서 1스타를 받았던 ‘리스토란테 에오’의 어윤권 셰프는 지난 1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미쉐린은 철저한 보안 속에 스타 레스토랑을 선정한다고 들었지만 한 달 전부터 올해 미쉐린 레스토랑 명단 등이 돌아다녔다”며 익명성과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쉐린은 암행 평가 방식이 공정성을 유지해온 비결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론은 다르다.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A대표는 “미쉐린의 권위는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나 가능했던 것”이라며 “다수의 평가자가 리뷰하고 실시간 공유하는 요즘 누가 어떻게 평가했는지도 모르는 식당의 별점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식 세계화냐, 문화 제국주의냐

미쉐린가이드는 타이어 회사를 세운 미쉐린 형제가 주유소 위치, 맛있는 식당과 호텔 등을 안내하는 소책자를 만든 게 시작이다. 1922년 유료가 됐고, 1926년부터 식당에 별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별은 1~3개까지다.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식당(별 3개) △요리를 맛보기 위해 멀리 찾아갈 만한 식당(별 2개) △요리가 특별히 훌륭한 식당(별 1개)이라는 의미다. 한국은 세계 28번째,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 싱가포르에 이어 4번째 국가가 됐다.

미쉐린가이드 평가 기준은 프랑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의 다양하고 복잡한 음식 문화를 평가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미쉐린은 “현지인 평가자를 1명 이상 포함해 공정성을 유지한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미쉐린가이드 서울의 목적이 ‘한식 세계화’에 있다는 점이다. 한식을 잘 모르는 평가단의 ‘암행 평가가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영국 가디언은 “미쉐린가이드는 획일적인 (서양의) 맛 기준으로 아시아의 음식 문화를 평가하는 등 ‘문화 제국주의’의 도구가 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본고장 佛서 ‘별 자진 반납’도

오류도 많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2018 미쉐린가이드 서울’에는 단순 오탈자를 포함해 오류가 130개에 달한다. 문을 닫은 식당도 있다. 전국 40개 지점의 만족오향족발 등 프랜차이즈가 선정된 것도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내용상 오류는 한국관광공사가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 미쉐린가이드의 모든 지식재산권 등이 미쉐린에 있어서다.

미쉐린가이드에 대한 비판이 한국에서만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미쉐린에서 16년간 평가단으로 활동한 파스칼 레미는 그의 저서에서 “미쉐린의 평가 시스템이 엉성하기 그지없으며 평가단이 1년에 한 번도 안 가는 식당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셰프들의 과도한 스트레스도 문제가 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미쉐린스타 셰프가 잇달아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스타 셰프들의 “별을 빼달라”거나 “반납하겠다”는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SNS에 밀리는 '암행평가'…118년 미쉐린가이드 '찌그러진 별'되나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