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영림목재 회장이 나무로 갤러리에서 우드슬랩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이경호 영림목재 회장이 나무로 갤러리에서 우드슬랩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통원목 테이블인 ‘우드슬랩(woodslab)’은 제품 하나하나가 자연의 굴곡을 그대로 살린,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다. 집과 회사, 호텔 등을 꾸미려는 인테리어 시장이 확대되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16일 인천 고잔동 본사에 ‘나무로 갤러리’를 연 이경호 영림목재 회장(68)은 “제조에만 1년이 걸리는 우드슬랩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나무로’는 영림목재의 우드슬랩 브랜드다. ‘라이브에지(liveedge·살아 있는 가장자리)’로도 불리는 우드슬랩은 원목을 잘라 자연건조와 인공건조를 거쳐 만든 원목 판을 말한다. 영림목재는 갤러리 개장을 계기로 우드슬랩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우드슬랩 전용 갤러리 개장

"통원목 테이블 '우드슬랩' 시장 본격 공략"
나무로 갤러리는 남동공단의 논고개길 네거리 모퉁이에 있는 영림목재 창고 부지를 개조한 공간이다. 전체 규모는 900㎡. 두 개의 상담실이 있고 주 전시실에는 우드슬랩 250점이 배치돼 있다. 전시실 내부는 최대 10m로 높다. 전시실 2개 면이 대형 유리문으로 이뤄져 외부에서도 훤히 보인다. 전시품 중 최고 금액은 5000만원에 이른다. 이 회장은 “우드슬랩이 대중화된 일본에도 이렇게 큰 전시장은 없다”며 “소비자들이 언제든지 다양한 작품을 보고 상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설립 49년째를 맞은 영림목재는 나무상자 제작부터 시작한 목재 전문기업이다. 주력 제품은 경제 성장과 사회 변화에 따라 건축재, 가구재, 악기와 공예품, 물류 소재(팰릿), 조경목 등으로 변해 왔다. 2016년에는 조경목 관련 주요 거래처와 계약을 끊은 뒤 300억원대 매출이 100억원 이하로 내려가는 일도 있었다. 건물이나 공원 등에 설치하는 조경목은 소품종이지만 손이 많이 가고 공기가 지연되는 일이 잦아 거래를 중단했다. 이후 물류에 사용되는 나무 팰릿(화물을 운반하거나 보관할 때 쓰이는 짐판)과 건축물 바닥재(나무로마루)가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 잡았다.

◆제작에 1년 걸리는 예술품

유럽이나 미국은 통나무를 원목째 사용하는 게 보편화돼 있다. 일본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원목을 가공하는 우드슬랩 기술이 발전했다. 이 회장은 일본의 우드슬랩 제품을 보고 시장이 커질 것을 직감했다고 했다. 7년 전부터 일본에서 일부 제품을 들여오다 3년 전 국내에서 본격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충남 당진공장(9만㎡ 규모)에서 미국에서 직수입한 원목을 가공하고 있다. 원목은 길이가 4~10m에 지름이 1m에 가깝다. 원목 한 개의 가격만도 1000만원에 달한다. 원목으로는 월넛(호두나무)이 60%가량을 차지하고 느티나무 삼나무 물푸레나무 등도 많이 사용된다.

우드슬랩을 제작하는 데는 1년 정도 걸린다. 수입한 원목을 상품성 있게 자른 뒤 자연건조(4~5개월), 인공건조(40일), 숙성건조(3개월), 샌딩(연마재로 표면을 매끄럽게 문지르는 일)과 도장 등을 거친다. 영림목재는 대당 3억원인 일본산 건조기 3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수분 흡수에 따라 변형이 발생하는 목재의 특성상 좋은 품질의 우드슬랩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건조 기술이 필요하다”며 “건조가 잘되면 뒤틀림이나 갈라짐 같은 변형이 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올해 10억원으로 예상되는 우드슬랩 매출을 내년에는 25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하반기 서울 논현동에 우드슬랩 전시장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앞으로 우드슬랩을 1만 점까지 보유해 해외 수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