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맛이 고기서 고기지’ ‘치킨은 살 안 쪄요, 살은 내가 쪄요’ ‘치킨은 단식, 치맥은 복식’.

국내 1위 배달 앱(응용프로그램)인 배달의민족(배민) 광고 카피다. 배민은 사용자가 앱에 입점한 음식점에서 배달 주문을 하면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배민이 제일 싸다’든지 ‘입점한 맛집이 가장 많다’ ‘배송이 빠르다’는 식의 광고를 하지 않는다. 그 대신 배민 신춘문예를 열거나 정기적으로 치믈리에(치킨+소믈리에) 자격증 시험을 치르고, 문방구 사업을 한다.

업(業)의 본질과는 다소 멀어 보이는 이 같은 마케팅 방식은 밀레니얼 세대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다. 더욱 특별한 브랜드 경험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차별화하고, 더 나아가 브랜드의 ‘팬덤’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마케팅 요소가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홍보(promotion) 등 ‘4P’였다면 지금은 ‘4E’로 전환됐다.

4E는 경험(experience) 열광(enthusiasm) 전도(evangelist) 교환(exchange)을 뜻한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면 그 브랜드에 열광적인 소비자가 생기고 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브랜드 가치를 전도하는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숙박 예약대행 앱 1위인 ‘야놀자’도 ‘싼 가격’ 대신 놀이문화를 팔아 성공했다. 이들은 20~30대에게 특화된 모바일 콘텐츠 ‘야놀자 캐스트’를 제공하고, 팔로어 200만 명에 달하는 ‘야놀자 페이스북’으로 잘 노는 법을 전파했다. 놀이 트렌드를 집대성한 ‘놀아보고서’도 발간한다. 나이키는 제품을 파는 대신 러닝 동호회를 구성하고 마라톤 대회를 열어 소비자와 경험을 공유한다.

소비자의 쇼핑 행위를 방해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언택트 마케팅’도 뜨고 있다. 언택트란 접촉이란 뜻의 ‘콘택트(contact)’에 부정의 의미를 나타내는 접두사 ‘언(un)’이 붙어 ‘접촉하지 않음’을 뜻하는 신조어다.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매장 장바구니를 ‘혼자 볼게요’ ‘도움이 필요해요’로 나눴다. 혼자 볼게요 바구니를 들면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도록 직원이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10~20대는 ‘물건을 사기 위한 쇼핑’보다 ‘놀기 위한 쇼핑’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이를 방해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최근 길거리에 이색 자판기가 등장한 것, 밀레니얼 세대의 하루평균 편의점 방문 횟수가 다른 세대에 비해 2~3배 많은 것도 혼자 쇼핑을 즐기려는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