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체 중 절반 이상은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줄거나 현상 유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정보기술(IT) 업종 비중이 높은 수도권에선 60%가 수출 증가를 예상했지만 호남·영남지역은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 등 지역별 온도 차가 컸다.

국내 제조업체 절반 이상 "내년 수출, 현상유지 또는 감소"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9월 지역경제보고서’를 보면 전국 249개 제조업체 가운데 54.0%는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감소가 17.3%, 보합이 36.7%였다. 증가할 것이란 전망은 46.0%에 그쳤다.

작년 12월 한은이 시행한 같은 조사에선 감소 또는 보합 예상이 45.8%, 증가 예상이 54.2%였다. 다음해 수출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1년 새 약 8%포인트 떨어졌다.

수출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 수출 증가율은 15.8%, 올해 1~8월은 6.6%에 달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사 결과는 수출 전선에 빨간불을 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서울 및 수도권의 수출 전망은 밝았다. 수출 증가를 예상한 업체가 60.0%에 달했다. 보합은 31.1%, 감소는 8.9%에 그쳤다. 삼성전자(경기 화성), LG디스플레이(경기 파주) 등 실적이 좋은 IT업체가 몰려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호남권 업체의 수출 증가 전망은 38.9%에 그쳤다. 보합(33.3%)과 감소(27.8%) 비중이 60%를 넘었다. 대구·경북권도 감소(24.2%)와 보합(31.0%)을 예상한 업체가 절반을 넘었다. 호남권은 GM과 기아자동차 등 자동차 공장이 밀집해 있다. 대구·경북엔 성장세가 주춤한 철강, 섬유업종 기업이 많다.

수출 여건에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 심화(79.5%), 세계 경제 불확실성(75.8%), 보호무역주의(66.4%) 등이 수출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