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출산율 하락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주 소비층인 우유업계의 최대 악재다. 우유 회사들이 수년째 이렇다 할 신제품을 출시하지 못하고 망설여온 이유다. “먹을 사람도 없는데 내놔봐야 팔리겠냐”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나온다.

잔뜩 움츠렸던 우유업계에 올해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1~8월 27개의 신제품을 대거 내놓고 102억원어치를 판매한 푸르밀이 그 주인공이다. 꿀을 넣은 미숫가루우유, 숙취해소용 ‘속풀어유’, 탈모에 좋은 ‘TS블랙빈밀크’, ‘이번에는 커피에 OO를 넣어봄’ 시리즈, 베트남 연유라떼 등 내놓는 제품마다 히트하고 있다.

우유도 재밌으면 팔린다… 푸르밀의 '펀' 실험
지난해 11개 신제품으로 30억원의 매출을 낸 푸르밀은 올해 신제품을 30여 개로 늘려 15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푸르밀의 불황 극복은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 사장(49·사진)이 주도하고 있다.

◆롯데서 분리 후 첫 오너경영 ‘성과'

푸르밀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유업으로 1978년 출발한 유가공 전문기업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막내 동생인 신 회장이 2007년 롯데햄우유에서 우유 사업을 분리해 독립했다. 2009년 ‘순수한 우유(Pure Milk)’라는 뜻을 따라 푸르밀로 사명을 변경했다.

지난 40년간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은 요구르트 ‘비피더스’가 유일했다. 공격적인 신제품 개발이나 마케팅보다는 기존 제품을 파는 데 주력하는 보수적인 기업으로 통했다. 매출은 5년 넘게 2500억원 안팎에 머물렀다.

푸르밀은 올해 롯데그룹 분리 후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신 회장의 차남인 신 사장은 취임 직후 “40주년을 맞은 유제품 전문기업답게 고품질 제품을 개발해 성장하자”고 강조했다. 특히 “불황이라고 가만히 있지 말고 평소보다 신제품을 2~3배 더 내놓자”며 “대신 원재료는 가장 좋은 것을 쓰라”고 주문했다. 신 사장은 1998년 롯데제과 기획실에 입사해 롯데우유 영남지역담당 이사, 푸르밀 부사장 등을 거치며 식품과 식음료 분야에서 일했다.
우유도 재밌으면 팔린다… 푸르밀의 '펀' 실험
◆한정판·펀 마케팅·기술력 통했다

푸르밀은 올해 8개월간 27종의 신제품을 내놨다. 연간 10개 정도의 신제품을 출시했던 과거에 비해 3배 이상의 제품을 개발했다. 물량만 늘린 게 아니었다. △재미있을 것 △소비자 트렌드를 빨리 읽을 것 △기존에 없던 제품을 내놓을 것 등 신제품에 적용할 ‘3대 원칙’도 마련했다.

푸르밀의 이런 전략은 편의점에서 먼저 통했다. 지난해 장수과자인 농심 바나나킥과 협업해 선보인 ‘바나나킥우유’는 올 들어서만 400만 개가 판매됐다. 하루 1만5000개꼴이다. 봄 한정판인 ‘밀크티에 딸기(초코)를 넣어봄’과 가을 한정판인 ‘이번에는 커피에 홍차(녹차)를 넣어봄’도 눈길을 끄는 제품명과 차별화된 맛으로 월 1억5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여름에 출시한 ‘꿀이든 6곡 미숫가루우유’는 이마트에서 2주 만에 5만 개, 두 달간 6억원어치 이상 팔리며 ‘대박 상품’이 됐다.

이동석 푸르밀 식품연구실 상무는 “연구원 모두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통해 급변하는 소비자들의 속도를 따라가려고 노력한다”며 “커피우유에 위스키를 넣어 체온을 살짝 끌어올려주는 ‘아이리시 커피’ 제품을 겨울 한정판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 제품이 늘면서 각종 협업 및 수출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탈모전용 샴푸인 ‘TS샴푸’와 브랜드 제휴한 ‘TS블랙빈밀크’가 대표적인 예다. 어성초, 검정콩, 검은깨 등을 넣어 GS25 편의점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베트남 연유라떼’는 곧 베트남 수출을 시작한다. 푸르밀의 다음 도전은 ‘식사대용식’이다. 노인인구 증가와 출산율 하락 등을 감안해 프리미엄 기능성 가공유 노하우를 새로운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