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24일 미국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결과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24일 미국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결과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최대 25%의 관세 폭탄을 피해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예측 불가능한 데다 다른 나라와의 협상이 틀어지면 상황이 급변할 수 있어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검토하고 있는 자동차 관세 부과에서 한국은 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한국 자동차의 절반 이상이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것이고, 중국·일본·독일·멕시코 등 네 개 나라는 대(對)미 무역 흑자 폭이 늘고 있지만 한국은 올해 상반기 25%나 흑자 폭이 줄었다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실무자에게 “문 대통령의 말을 고려해서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미국 행정부는 올 5월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자동차와 부품 등에 25%의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해왔다. 미국으로 자동차를 많이 수출하는 한국과 일본, 유럽, 멕시코 등이 주요 타깃이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다양한 경로로 관세 면제를 타진해왔는데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낸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양국이 공식 서명한 것도 자동차 관세 면제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미국이 한·미 FTA 개정을 통해 자동차 수입 과정에서의 불만을 상당 부분 해소했기 때문에 추가로 관세 폭탄을 때릴 명분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세 면제 기대를 품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만으로 자동차 관세 리스크가 줄었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익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과거 했던 말과 약속을 쉽게 바꾸는 스타일”이라며 “자동차 관세 부과 위험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세 면제 검토 지시도 정상회담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의례상 한 말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이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진행 중인 무역 협상이 잘 안 되면 그 파장이 한국까지 미칠 우려도 있다. 협상 결렬로 주요 자동차 수입국에 고율 관세 부과를 강행하게 되면 한국도 한 묶음으로 피해를 볼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식 서명된 양국 FTA 개정안은 국회의 비준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1월 발효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제도(ISDS) 남용 방지, 픽업트럭 관세 철폐 기한 연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