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공공기관은 지난해 대규모 국제회의를 진행해줄 기획회사를 뽑기 위해 공고를 냈다. 입찰 금액은 21억5000만원. B대행사는 20억5000만원에 최종 낙찰을 받았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A기관은 계약금액을 20억원으로 깎았다. 지난 5월 국제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난 뒤 사후정산을 할 때도 A기관은 다시 5000만원을 깎아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A기관은 최종 정산금액으로 입찰금액에서 2억원을 깎은 19억5000만원밖에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B사 관계자는 “정산금액은 깎였지만 진행 과정에서 추가 업무를 계속 요구해 인건비와 행사 진행비 등을 제하고 나니 오히려 1억5000만원가량 손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김분희 한국PCO협회장(사진)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마이스(MICE)산업 발전을 위해 불공정 거래 관행이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PCO는 컨벤션 전문가 단체다.

김분희 한국PCO협회장 "마이스 산업 발목 잡는 불공정 거래 관행 없애야"
마이스산업은 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등 대규모 국제회의 및 전시 등의 행사를 열어 직·간접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 분야다. 한국의 국제회의 개최 순위는 국제협회연합(UIA) 기준 2016년 997건으로 1위다. 국제회의기획업 업체 수는 557개, 종사자 수는 1만3599명(2015년 기준)에 달한다. 그러나 마이스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 회장은 “2015년에는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4.5% 떨어졌다”고 말했다.

산업의 외형 성장세와 이익률이 정반대로 나타나는 데 대해 그는 “입찰이나 계약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한 거래 관행 때문에 업계 종사자가 적지 않은 경제적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올초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조달연구원은 ‘마이스 분야 공정거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인건비 대관료 등 총비용의 6~8%를 일반관리비로, 총 입찰금액의 5~10%를 대행사 측에 이윤으로 지급하는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권고 사항이다 보니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공공기관이 아직도 많다는 게 PCO협회 측 설명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