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모바일 금융 플랫폼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구축에 도전장을 내미는 저축은행이 잇따라 등장하는가 하면 기존 모바일 앱의 구성이나 기능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저축은행도 여럿이다. 각기 다른 저축은행이지만 하나같이 ‘저축은행업계 카카오뱅크’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저축銀도 모바일금융 전쟁… '제2 카뱅' 노린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KB저축은행은 내년 1월 새로운 모바일 앱 ‘KB착한뱅킹 이노베이션’을 내놓을 계획이다. 기존에 운영하던 모바일 앱을 전면 개편해 비대면 기능과 편의성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신홍섭 KB저축은행 대표는 지난 1월 취임한 직후 직원들에게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의 디지털 저축은행을 표방하자”며 이 같은 사업 목표를 제시했다.

이 플랫폼을 통해 단순 예·적금 가입뿐 아니라 대출, 각종 신고 등 영업점에서 다루는 모든 업무를 모바일에 담을 예정이다. KB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계에서 카카오뱅크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게 전사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NH저축은행 역시 내년 7월 가동을 목표로 모바일 앱 사업 계획을 수립했다. 이달 농협금융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11월께 구축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모바일 금융이 확산되는 데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NH저축은행에는 모바일 앱이 없었다.

이들이 모바일 앱에 공들이는 것은 이용자 저변을 넓히는 데 유리하다고 봐서다. 저축은행은 전국 곳곳에 영업점을 두고 있는 은행과 달리 영업점이 10~20개 안팎인 경우가 많다. 영업점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접근성을 높일 기회로 모바일 앱이 유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또 모바일 금융을 주로 사용하는 20~30대 신규 고객을 자연스럽게 유치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작용했다. NH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존에는 40~50대가 주요 고객층이었지만 앱 출시를 계기로 20~30대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새 모바일 앱을 선보인 저축은행들은 고도화 작업에 공들이고 있다. 올 4월 모바일 앱 ‘웰컴디지털뱅크(웰뱅)’를 개발한 웰컴저축은행이 대표적이다. 웰컴저축은행은 이달 초 편의점에서 바코드로 결제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웰뱅에 추가했다.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는 “웰뱅 출범에 따른 신규 가입자 유치 효과는 액수로 따지기 어려울 만큼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웰뱅은 출시 4개월 만인 지난달 가입자 수 25만4100명을 넘겼다.

OK저축은행도 고객이 모바일 하나로 모든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디지털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엔 챗봇과 채팅상담을 결합한 비대면 고객상담채널인 ‘오키톡’을 모바일 앱에 적용했다.

국내 저축은행 79개 중 자체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한 곳는 17개다. 업계에선 향후 자체 모바일 앱을 선보이는 저축은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앱을 활용한 ‘우대금리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KB저축은행은 앱을 통해 ‘온라인 햇살론’에 가입하면 창구 이용 때보다 연 1.3%포인트 낮은 연 7.72~8.12%의 금리로 대출해준다. 웰컴저축은행은 이달부터 웰뱅에서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연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얹어 최고 연 2.25%(6개월 만기)의 금리를 준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은행권에 불었던 모바일 금융 열풍이 저축은행업계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라며 “그동안 모바일 금융에 신경쓰지 않는 곳이 많았기 때문에 은행권보다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