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면 일자리 구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플랫폼을 마련하자.”

몇 해 전 한 전문가는 정부에 이런 제안을 했다. 구직자는 어디에 일자리가 있는지 모르고, 기업은 적당한 사람을 못 찾는 ‘일자리 미스매칭’을 줄여 보자는 아이디어였다. 구직자와 기업을 더 빠르게 연결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반응이 없었다.

기업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정보불균형을 해소해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일자리 플랫폼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들은 각 분야로 특화하고 있다. 대기업 임원, 가사도우미, 용접공·배관공 같은 숙련 노동자, 일용직 근로자를 전문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직자-기업 빠르게 연결해 드립니다"… 새로운 일자리 커넥터의 등장
정보 미스매칭 해결하는 인력 서비스

‘기술자숲’이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말 그대로 용접공·배관공·선반밀링공 등 숙련 기술자들을 중소기업에 연결해준다. 공태영 기술자숲 사장은 “조선소에서 숙련 기술자들이 대거 실직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한국 산업화에 공헌한 아버지들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 나서기로 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공 사장은 원래 경남 창원에 있는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재무팀에서 근무했다. 이곳에서 협력 중소기업들이 숙련 기술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게 됐다. 또 다양한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수십 년 경력의 40~50대 근로자들이 다른 직장을 찾는 것을 힘들어하는 모습도 봤다. 이들 숙련 노동자가 빨리 재취업하지 못하는 이유는 온라인 구직활동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인을 통해 일자리를 찾는 게 고작이었다. 공 사장은 기술자숲을 창업하고 구인업체와 구직자를 연결하는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및 웹서비스를 선보였다.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기술자도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지 않다. 기존 이력서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면 기술자숲에서 양식에 맞춰 구직자로 등록해준다. 숙련 기술자들이 발품을 팔며 일자리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고, 기업도 적합한 기술자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지금은 모든 서비스가 무료다. 앞으로 유료화하더라도 구직자에게는 수수료를 받지 않을 계획이다. 공 사장은 “현재 구직 등록자가 약 2800명, 일자리 정보는 5600건에 이른다”며 “지금까지 연결해준 구인·구직 건수가 400여 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기술자숲은 최근 부산의 액셀러레이터인 콜즈다이나믹스로부터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일용직·가사노동자 연결 플랫폼

인력시장과 직업소개소에만 의존하던 일용직 노동자와 가사노동자를 위한 서비스도 있다. 구인·구직 서비스업체 스카우트의 자회사인 플랫포머스는 일용직 일자리 연결 서비스 ‘베테랑’을 운영하고 있다. 일용직 하면 새벽 인력시장을 떠올린다.

이는 한정된 지역을 기반으로 하거나 인맥으로 소개를 받아 가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직업소개소는 긴박한 구인 요청이 있을 때 사람을 찾는 데 실패하기 일쑤고, 일용직 근로자는 한 달 평균 8일 정도 일감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플랫포머스는 파악했다. 이 틈을 메우자는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베테랑은 직업소개소용과 일용직 근로자용 서비스를 구분해 제공한다. 직업소개소는 구직자 정보나 거래처 정보 등을 관리하고 노무배치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가사노동자를 이용자와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인기다. O2O(온·오프라인 연계) 홈 서비스업체인 대리주부는 지난해 2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누적 거래액은 530억원이다. 등록된 매니저(가사도우미)도 3000여 명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다. 현재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수십 개에 달한다.

중소기업 프로젝트별 전문가 소개

퇴직한 대기업 임원이나 전문가들을 중소기업에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교육기업 휴넷이 지난 7월 선보인 ‘탤런트 뱅크’에 등록한 전문가는 500여 명에 이른다. 벌써 100여 건의 프로젝트를 성사했다. 마케팅이나 해외 전략 등의 분야에 노하우가 있는 대기업 출신 임원이 계약을 맺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정식 고용 계약과 달리 중소기업들이 일정 금액을 내고 프로젝트별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 진출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은 베트남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대기업 임원 출신 전문가와 3개월 계약을 맺고 도움을 받으면 된다. 짧게는 1주일에서 6개월 단위로 계약할 수 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김기만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