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올해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1000명 가까이 늘리기로 한 데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꽉 막힌 일자리 시장에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할 거란 기대도 있지만 각종 부작용으로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장 "채용 늘려라" 한마디에 은행들, 지난해보다 32% 더 뽑는다
은행 경영진은 걱정이 더 크다고 밝히고 있다. A은행 부행장은 “은행 거래의 90%가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으로 이뤄진다”며 “채용을 늘리면 유휴인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은행이 수익을 내고 있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늘어난 인력이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이를 조절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늘려야 하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채용 확대에 나서는 것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정부의 영향력에서 비켜나 있는 SC제일은행이나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은 올해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는 분위기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267명)보다 39.7% 줄어든 161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한국씨티은행은 공개채용하지 않고 그때그때 인력이 필요할 때 수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에서 채용이 이뤄질 거란 설명이다. 올해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100%(KEB하나은행), 42.8%(농협은행), 37%(국민은행), 35.7%(기업은행), 32.1%(광주은행), 26.1%(우리은행) 늘린 국내 은행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C은행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처럼 실수요에 기반해 필요한 인력만큼 효율적으로 뽑는 게 바람직하다”며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은행 경쟁력이나 시장 상황을 감안해 채용 계획을 짰다면 국내 은행들 역시 올해 이렇게까지 많은 인력을 뽑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리어 신규 채용만 무리하게 늘리려다 은행에 필요한 인력은 뽑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D은행 인사팀 관계자는 “은행들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디지털이나 정보기술(IT) 등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있는 경력직이 필요하지만 신규 채용하기에도 벅차 경력직 채용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은행 직원들 사이에선 은행들이 정부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 기존 직원에 대한 일자리 안정은 뒷전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력이 늘어난 만큼 기존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이 확대되거나 직원들의 승진이 늦어질 수밖에 없을 거란 예상이 많다.

정지은/김순신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