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이디라오 페이스북 캡처
사진=하이디라오 페이스북 캡처
"머리끈 드릴까요?" "휴대폰은 국물이 묻을 수 있으니 지퍼백에 넣어드릴게요."

지난 1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중국식 샤브샤브 전문점. 종업원은 손님의 얇은 외투를 건네 받은 뒤 천커버를 씌우고 의자에 걸쳐놓고 상냥하게 물었습니다. 일반 음식점과 비교하면 약간은 '과한?' 친절인 것 같습니다.

중국하면 떠오르는 대표 음식은 양꼬치나 중국식 샤부샤부인 훠궈입니다. 그중에서도 훠궈는 최근 중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훠궈 육수인 홍탕은 알싸하면서도 매운맛을 내 얼큰한 맛에 친숙한 한국 소비자들이 많이 찾곤 합니다.

국내 훠궈집은 많지만 최근 '하이디라오', '샤오페이양' 등 중국 현지 유명 훠궈 브랜드의 한국 진출이 눈에 띕니다. 기자가 방문한 '하이디라오'는 중국식 샤부샤부를 주메뉴로 판매하는 중국 대표 훠궈 업체입니다. 중국 내 273개(지난해 기준)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추가로 200개 지점을 낼 계획이라고 합니다.

보통의 프랜차이즈 업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올 하반기 홍콩증시 기업공개(IPO) 대어(大魚)로 꼽히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5.9% 증가한 106억위안(약 1조7000억원),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54.4% 많은 73억위안(약 1조2000억원)에 달합니다.

하이디라오의 9월 홍콩 증시 상장이 확정되자 이미 상장돼 있는 경쟁사 훠궈 체인 샤부샤부(押哺押哺) 주가는 21% 곤두박질 치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하이디라오의 상장후 시가총액이 90억~120억달러(약 10조1000억원~13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평범해보이는 훠궈집이 엄청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이디라오는 특정 조리법이나 맛이 아닌 '특별한 서비스'로 하나의 신드롬을 이룬 기업으로 유명합니다. 특급 호텔 못지않은 서비스로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케이스스터디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식당 대기줄은 의자만 놓여있는 게 일반적이지만, 하이디라오 대기손님은 무료 과자들과 체스판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여성고객은 네일 케어, 남성 고객은 구두닦기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1인 손님이 방문할 경우 외롭지 않게 식탁 맞은편에 사람 크기의 대형 곰인형을 놓아주기도 한다. 사진=바이두 캡처
식당 대기줄은 의자만 놓여있는 게 일반적이지만, 하이디라오 대기손님은 무료 과자들과 체스판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여성고객은 네일 케어, 남성 고객은 구두닦기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1인 손님이 방문할 경우 외롭지 않게 식탁 맞은편에 사람 크기의 대형 곰인형을 놓아주기도 한다. 사진=바이두 캡처
1994년 장융 하이디라오 회장이 처음 창업할 때는 탁자가 4개밖에 되지 않는 볼품 없는 식당이었습니다.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던 그가 중국에서 '레드오션'인 훠궈 전문점을 시작하자 주변 지인들은 만류하기도 했죠. 하지만 그는 손님을 왕으로 모시듯 중국 외식업계에서 보기드문 서비스로 고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보통 식당 대기줄은 의자만 놓여있는 경우가 많지만 하이디라오 대기손님은 무료 과자들과 체스판 등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여성고객은 네일 케어, 남성 고객은 구두닦기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식사할 때 휴대폰과 가방, 외투 등 소지품은 오염되지 않게 별도의 지퍼백과 천커버를 제공하고 안경을 낀 손님을 위해 안경 닦는 천을 주기도 합니다. 훠궈 식사 메뉴로 면 요리를 주문하면 직원이 직접 손님앞에서 '면 뽑기 쇼'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먹는 즐거움뿐 아니라 보는 즐거움도 일품인 셈이죠.

심지어 '혼밥족'을 위해 1인 손님이 방문할 경우 외롭지 않게 식탁 맞은편에 사람 크기의 대형 곰인형을 놓아주기도 합니다. 화장실도 청결하며 영유아들을 위한 놀이시설도 마련돼 있어 대체적으로 고객 만족도가 높습니다.

장 회장은 최근 중국 외에도 한국,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2014년 명동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현재 강남, 홍대, 건대, 대학로, 영등포 지점까지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출점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것은 운영 상황과 경영 능력에 맞게 조금씩 늘려가야 한다는 그의 경영 철학 때문입니다.

한국을 공략하는 하이디라오의 행보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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