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사진)은 “경쟁력 있는 제조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화학적 결합이 중요하다”며 “다음달 초 국내 5대 대기업과 ‘한국형 혁신 성장’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30일 말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대기업 5곳-벤처 협의체 구성… 한국형 혁신생태계 만들겠다"
안 회장은 이날 제주 하얏트리젠시호텔에서 열린 ‘2018 벤처서머포럼’ 간담회에서 “벤처업계와 대기업이 수평적으로 만나 자유롭게 대화하는 ‘라운드 테이블’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언급한 대기업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롯데그룹이다. 벤처기업협회와 대기업 실무진은 다음달 초 첫 회의를 연다. 이들이 유망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M&A) 등에 나설 수 있도록 해 민간이 주도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안 회장은 “산업화 시대에 고속 성장을 하면서 대기업 중심의 생태계가 한국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을 부정해선 안 된다”며 “세계적인 특허를 보유하거나 경쟁력 있는 기술을 보유한 국내 벤처기업에 대기업이 적극 투자하고, 독자 기술을 제값 주고 사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머포럼 참가자들은 벤처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에 대해 비판도 했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과도한 규제 때문에 전 세계 스타트업의 70%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 불법에 해당한다”며 “불필요한 데이터 관련 규제 등 족쇄를 끌고가는 것은 19세기 쇄국주의에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맥킨지코리아에 따르면 전 세계 누적 투자액 기준 상위 100개 스타트업에 한국 현행법을 적용할 경우 13곳은 사업을 시작할 수 없고, 44곳도 조건을 바꿔야 규제를 통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산하 벤처스타트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수홍 베이글랩스 대표는 “스타트업에서 규제 이슈가 발생하면 상담할 창구가 명확하게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벤처 성장을 옥죄는 규제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귀포=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