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를 위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움직임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협력이익공유제를 설명하기 위해 29일 삼성전자 등 13개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열려 했던 간담회가 돌연 취소됐다. 협력이익공유제에 기업들이 반발해 간담회를 보이콧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중기부는 “장관의 일정이 겹쳐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13개 기업의 CEO를 한날한시에 불러 모으려 한 중기부의 관련 부서가 장관 일정도 미리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을 믿으라고 하는 말일까. 이 일정이 다시 31일로 연기되고, 다음달 6일로 잡았던 정책 발표 일정도 무기한 미뤘다.

재계는 협력이익공유제가 새로운 규제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강제성이 없다고 하지만 재계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한다. 이런 소란을 만들어내고 있는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해 중기부는 성과공유제와 유사점이 많아 문제 소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가령 협력이익공유제에 참여하는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세제혜택 또한 단순히 이익을 공유해서는 받을 수 없다. 성과공유제와 마찬가지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기금을 출연했을 때만 법인세 10%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금을 출연해야 할 일이 또 생겼는데 재계가 달가워할 리 없다.

협력이익공유제를 통해 대기업이 협력사와 공유할 수 있는 방식도 성과공유제와 큰 차이가 없다. 과거 성과공유제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상, 납품기한 연장, 설비투자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중소기업과 성과를 공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6월 현금과 물량 매출 확대 등으로만 성과공유를 인정해주도록 법이 바뀌었다. 협력이익공유제 또한 현금으로만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 두 제도 간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기부는 협력이익공유제의 장점에 대해 원가 및 민감한 기업 정보 공개 없이도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성과공유제가 하도급 관계에 적합한 ‘구형 모델’인 반면 협력이익공유제는 수평적인 관계에서 적용 가능한 ‘신형 모델’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협력사의 기여도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정부가 제시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기업의 자율에 맡긴다는 설명이다. 수천, 수만 개 협력사의 기여도를 이렇다 할 정보도 없이 평가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 놓고 골치 아픈 중소벤처부
중기부의 설명을 듣고 나면 왜 이런 분쟁거리를 만들어내면서 협력이익공유제를 법제화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그러나 그 공약은 이익공유 문화를 확산하자는 게 근본 취지였을 것이다. 중기부는 이런 의미보다 ‘법제화 1건’이라는 실적을 위해 움직이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에 씌워진 ‘반기업 정부’란 이미지에 중기부가 한술 보태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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