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를 앞세운 정부에서 소득 분배 지표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올 1분기 분배 악화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화들짝 놀라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했지만, 2분기엔 10년 만에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일자리 쇼크까지 겹쳐 장기화될 조짐까지 보인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의구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18년 2분기 가계소득동향’을 보면 소득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 간 격차가 더 벌어졌다. 소득 수준에 따라 전체 가구를 5등급으로 나눌 때 최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1년 전에 비해 7.6% 줄었다. 하위 20~40%(2분위), 40~60%(3분위) 가계소득도 각각 2.1%, 0.1% 감소했다.

분배 10년來 최악… 중산층도 소득 줄었다
반면 소득 최상위 20%(5분위) 가계소득은 10.3% 늘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차상위 계층인 소득 상위 20~40%(4분위) 가계소득도 4.9% 늘어 2014년 1분기 이후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소득 격차가 벌어지면서 분배 지표인 5분위 배율(5분위와 1분위 소득 배율)은 5.23배로 같은 분기 기준으로 2008년 2분기 이후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자동차·조선산업 등의 구조조정 충격에 따른 내수 부진, 영세 자영업자의 사업소득 감소, 고령화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잘못된 정책 방향이 일자리 상황을 악화시켰고, 이로 인해 소득 분배 지표가 나빠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1분기에는 소득 하위 40%인 1, 2분위의 소득만 감소한 데 비해 2분기엔 소득 중위계층인 3분위 소득까지 줄어들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이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나치게 경직된 정책의 실패로 보인다”며 “전면적인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